키리졸브 훈련 마지막 날인 20일 오후 북한이 경의선 육로 통행을 제한해 경기 파주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가 차량 통행이 끊긴 채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도라산/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키리졸브 훈련 마지막 날인 20일 북한이 보인 모습은 이중적이다. 북한은 키리졸브 훈련이 시작된 9일 공언한 대로 훈련 뒤인 21일 오전 8시부터 군통신선을 정상화할 것이라고 이날 남쪽에 통보했다. 그러면서도 이날 개성공단 육로 통행은 전면 차단했다.
일단은 키리졸브 훈련을 끝으로 개성공단 통행을 정상화할 것이라는 예고로 받아들여진다. 통상대로라면 21일부터는 다시 복원된 군통신선을 활용해 남쪽 인력의 개성공단 왕래에 대한 군사적 보장이 이뤄지게 되기 때문이다.
북한이 이날 육로 통행을 차단한 것은 마지막 날 상징적 차원에서 대남 경고 메시지를 던진 것일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키리졸브 훈련이 시작되던 9일 “훈련기간 북남관리구역에 더욱 엄격한 군사적 통제를 실시할 것”이라며 남북 군통신선을 끊고, 1차로 통행을 차단했다. 일단 훈련기간 ‘엄격한 통제’를 공언한 것이니만큼 마지막 순간까지 키리졸브 훈련에 대한 대응 의지를 과시하려 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와 달리 이날 통행 차단은 단순히 북한 내부의 절차적 문제 때문에 빚어진 ‘해프닝’이라는 시각도 있다. 개성공단에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한 기업인은 이날 통행 차단에 대해 “군통신선이 끊어진 상황에서 남쪽의 개성공단관리위원회를 통해 북쪽의 개성공단 총국과 군부를 거쳐 이뤄지는 내부의 승인 절차가 지연되고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며 “기업인들은 오늘의 경우 출·입경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고 말했다. 특별히 정치적 의미가 담긴 조처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어느 쪽이든 이런 관점에서 보면, 최근 2주 동안 이어진 북한의 통행 차단은 키리졸브 훈련 기간 동안의 한시적 대응 조처였던 것으로 이해된다. 임을출 경남대 연구교수는 “북한은 어떤 경우에도 먼저 개성공단을 닫겠다는 의도는 전혀 없음을 말해준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북한의 의도를 아직 단정짓기는 어렵다는 반론도 있다. 훈련 마지막 날까지 예기치 않은 통행 차단에 나선 것은 일단 군통신이 재개되더라도 필요하면 언제라도 다시 통행을 끊는 등 남북 사이 긴장을 이어가겠다는 의도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긴장 조성을 통한 북한의 대남 압박은 일단 다음달 4~8일로 예정된 ‘인공위성’ 발사 시점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인공위성’ 발사 직후인 다음달 9일 12기 최고인민회의 1차 회의를 열어 ‘김정일 3기 체제’ 개막을 공식 선포한다. ‘김정일 3기’ 출범 이후로도 남북 관계는 ‘첩첩산중’의 형국이다. 특히 남한이 ‘인공위성’ 발사를 ‘미사일’ 실험으로 간주하고 대량파괴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전면 참여 등으로 맞대응할 경우 북한의 강경한 반발로 남북 관계의 복원은 한층 멀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많다.
손원제 기자, 강태호 남북관계 전문기자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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