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군 복무규율보다 헌법상 기본권이 우선” 비판
국방부는 20일 ‘불온서적 헌법소원’을 낸 군법무관들을 파면한 데 대해 ‘최근 갈수록 심각해지는 안보위기 때문에 중징계가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이날 누리집에 ‘군법무관 징계 관련 입장’을 올려, “안보위기 속에서 우리 군은 완벽한 군사 대비태세에 최선을 다하고 있고, 완벽한 군사 대비태세 유지에 가장 필요한 것은 엄정한 군기와 명확한 지휘계통의 확립”이라고 강조한 뒤 “군에서 부하가 정상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상관의 조치를 비난하는 행위를 한 것에 대해 엄중히 징계하지 않는다면 그러한 군대가 과연 전쟁에서 이길 수 있겠으며, 적의 침략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수 있겠느냐”고 밝혔다.
그러나 ‘안보위기 때문에 법무관 중징계가 불가피했다’는 국방부의 주장은 애초 밝힌 징계 사유에는 없었다. ‘군인은 헌법이 보장한 재판권 청구도 못하느냐’는 법조계, 시민사회의 반발이 잇따르자 새로운 논리를 들고 나온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악화된 남북관계와 법무관 징계 사이에는 아무런 연관성이 없다.
또 국방부가 법무관들을 파면하면서 근거로 든 군인복무규율상의 ‘내부 절차 무시’라는 주장도 말이 안 된다는 지적을 받는다. 이춘석 민주당 의원은 “징계의 주된 근거가 군인복무규율인데 이 조항은 해도 그만이고 안 해도 그만인 임의조항에 불과하다”며 “법률이나 처분의 위헌성을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으로 다툴 수 있는 권리는 헌법상 기본권인데 국방부는 기본권보다 임의조항을 우선했다”고 말했다. 김동성 한나라당 의원도 이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헌법소원 제기에 대해 “모든 국민에게 보장돼 있는 헌법상 권리이며, 군인도 국민이기 때문에 당연히 그런 헌법소원을 할 수 있다”며 “군의 파면 사유가 정당하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과거에도 비슷한 징계 선례가 있다는 국방부 주장에도 많은 문제가 있다. 국방부가 사례로 내세운 △훈련 중 시험을 거부한 법무사관 후보생 8명에 대해 항명죄(1961년)와 △군법무관 11명이 군법무관 임용법 개정안에 반대한 건의서를 국회에 전달한 항명 사건(1967년)은 시대적 배경도 다를 뿐 아니라 내용도 이번 ‘불온서적 헌소’와 비교하기엔 적절치 않다는 얘기다. 더구나 2005년 이후 국방 관련으로 헌법소원을 낸 사례가 10여 차례 있었지만 징계를 받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김종태 현 기무사령관도 2005년 사단장 시절 보직해임된 데 항의해 기소유예 처분 취소 헌법소원을 냈지만 징계를 받지 않았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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