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한국언론 보도 당혹”
북 “절차대로 처리할 뿐”
북 “절차대로 처리할 뿐”
북한을 둘러싼 동북아 정세가 미묘하게 돌아가는 시점에 발생한 미국인 기자 억류사건이 긴장된 북미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현재 미국, 북한, 중국 등 관련 당사국들은 극도로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 국무부는 18일(현지시각) 정례브리핑에서 두 여기자의 석방을 촉구하거나 북한을 비난하기보다는 여러 통로를 통해 정황 확인에 주력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북한도 관영매체나 정부의 공식 발표가 없다. 다만 북미간의 ‘뉴욕채널’인 유엔주재 북한 대표부 관계자가 ‘절차대로 처리할 것’이라는 원칙적인 반응만을 보였다. 중국 정부도 “현재 조사중”이라며 침묵에 가까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관련 당사국들의 이런 반응은 돌발적으로 일어난 사건을 가능한 한 조용히 해결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힌다. 이는 미 국무부가 한국 언론 보도와 관련해 외교채널을 통해 “당혹스럽다”며 유감을 표명한 데서도 드러난다. 억류된 기자들의 안전을 고려해 국무부가 요청한 엠바고(보도자제)를 미국 언론이 지키고 있는 가운데 한국 언론에서 보도가 나왔다는 것이다.
일단 사건이 공개된 이상 북한 쪽의 조사와 북미간 접촉 등 통상적인 절차를 거치게 될 것으로 보여 사건이 해결되기까지는 몇주가 소요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억류된 두 기자의 조기석방 문제는 이들의 월경 여부와 북한의 치부로 알려진 탈북자 문제를 취재중이었다는 점 등에 대해 북한 당국이 어떤 결정을 내리냐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의 정황상 <커런트 티브이>의 ‘뱅거드’ 취재팀이 의욕이 넘쳐 눈·얼음으로 뒤덮인 두만강을 넘어갔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현장에 함께 있다가 북한 경비대를 피해 몸을 피한 것으로 알려진 취재팀의 프로듀서 미치 코스의 행방이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미국 정부는 그를 통해 현장 상황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입수했거나 입수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에 억류된 한국계 유나 리와 중국계 로라 링 등 두 여기자는 미국의 케이블·위성 네트워크 방송인 <커런트 티브이>에서 매주 수요일 방영되는 탐사보도 프로그램인 ‘뱅가드’의 취재팀 소속이다. 이들은 지난 11일 서울에서 와서 탈북자들을 취재한 뒤 13일 인천공항을 거쳐 중국 동북부 옌지로 이동했고, 옌지에서 어려운 상황에 처한 탈북 여성 등을 취재한 뒤 17일 오전 국경도시인 투먼 근처 두만강에서 북한 경비대에 붙잡혔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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