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가운데)이 5일 오전 청와대 국가위기상황센터에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 도중 김태영 합참의장한테서 북한의 로켓 발사 상황을 전화로 보고받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북 장거리 로켓 발사] 한국정부 대응수위 변화
한반도 군사적 긴장고조땐 한국경제 치명타 우려
‘워치콘’ 평상수준 유지…PSI 전면참여 발표도 유보
한반도 군사적 긴장고조땐 한국경제 치명타 우려
‘워치콘’ 평상수준 유지…PSI 전면참여 발표도 유보
북한이 5일 장거리 로켓을 쏘아 올린 뒤 정부 대응 수위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대북 강경 제재를 앞장서 강조하던 공세적 태도는 수그러든 반면, 한반도 정세 안정과 국제 동향을 우선 고려하는 신중한 자세가 엿보인다.
그동안 기정사실처럼 해온 대량파괴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전면 참여 발표를 유보한 게 대표적이다. 권종락 외교통상부 1차관은 지난 3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장거리 로켓 발사시에 피에스아이에 전면 참여한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일부에선 북한의 로켓 발사 직후 곧장 전면 참여 발표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5일 북한의 로켓 발사 직후 정부 분위기는 예상과 달랐다. 유명환 외교부 장관이 발표한 정부 성명엔 피에스아이 관련 내용이 없다. 문태영 외교부 대변인은 “이후 안보리 등 국제 동향을 봐가며 신중하게 시간을 두고 하겠다”며 두어 걸음 물러섰다. 이런 기류 변화는 이명박 대통령의 지난 3일 런던 발언과 맥이 이어진다. 이 대통령은 당시 외신 인터뷰에서 피에스아이 전면 참여는 “북한 태도를 봐가며 판단할 문제”라고 여지를 뒀다.
정부의 수위 조절은 피에스아이 전면 참여가 자칫 북한의 강경한 대응 조처를 불러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관리 가능한 수위 너머로 끌고 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세계 경제위기 상황에서 군사적 긴장 고조가 한국 경제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컸던 것으로 보인다.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지난달 30일 “남쪽의 피에스아이 참여는 선전포고”라며 “즉시 단호한 대응 조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이봉조 전 통일부 차관은 “북쪽과 맞붙은 남쪽이 피에스아이 최전선에 서게 된다는 점과 유엔 안보리를 통한 대북제재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남쪽이 먼저 나설 경우 오히려 국제적으로 소외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부가 이날 “남북 관계 상황의 안정적 관리”를 강조하고, 국방부가 대북 군사정보 감시 태세(워치콘)를 높이지 않고 평상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정부가 피에스아이 카드를 거둬들인 것은 아니다. 정부 안에선 여전히 시기가 문제일 뿐 해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피에스아이 전면 참여는) 이미 절차를 밟고 있고, 그렇게 가는 방향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타이밍의 문제”라고 말했다. 유명환 장관도 ‘로켓 발사는 피에스아이 필요성을 더욱 부각시켰다’며 “피에스아이 전면 참가를 적극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이후 선제적 대북 제의 등을 통해 남북 관계를 복원하는 쪽으로 기조를 잡은 것도 아니다. 이 전 차관은 “잃을 것이 많은 남쪽이 북한 공세에 제대로 맞대응도 못하면서 상황을 관리해야 하는 비대칭성의 딜레마를 반영한 것”이라고 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