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앞줄 가운데)이 5일 ‘위성관제 종합지휘소’를 찾아 인공위성 ‘광명성 2호’를 장거리 로켓에 실어 발사하는 과정을 지켜본 뒤 이 과정에 참여한 과학자·기술자 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김 위원장 왼쪽은 전병호 당 군수공업 담당비서, 오른쪽은 로켓 개발 총책임자로 알려진 당 군수공업부 제1부부장이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
북 로켓 발사 이후
발사일 행적공개 이례적…관제지휘소서 만족 표시
발사일 행적공개 이례적…관제지휘소서 만족 표시
북한이 ‘인공위성’ 발사 당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행적을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김 위원장을 직접 내세울 정도로 이번 위성 발사에 대한 북한 당국의 관심과 의미 부여가 각별하다는 뜻으로 읽힌다.
북한 언론 매체들은 6일, 김 위원장이 5일 위성관제 종합지휘소를 찾아 ‘광명성 2호’의 발사 전 과정을 관찰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조선중앙방송>은 “광명성 2호가 자기 궤도에 순조롭게 정확히 진입한 순간, 폭풍 같은 만세와 환호성이 터져 올랐다”며 “과학자, 기술자들은 경애하는 장군님께 최대의 영예와 가장 뜨거운 감사를 드렸다”고 성공 순간을 묘사했다.
이 방송은 “(김 위원장이) 우리의 과학자, 기술자들이 자기의 지혜와 기술로 인공지구위성을 성과적으로 발사한 데 대하여 대만족을 표시하시면서 그들의 위훈을 높이 평가하시고 감사를 주시었다”고 보도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단 한 번의 발사로 인공지구위성을 궤도에 정확히 진입시킨 것은 우리의 주체적인 과학기술의 자랑찬 위력의 과시”라며 과학자, 기술자들의 애국적 헌신성을 거듭 치하하고 이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고도 전했다.
또 이 방송은 “(김 위원장이) 광명성 2호의 성공적인 발사에 토대해 우주 공간의 정복과 평화적 이용 분야에서 새로운 전환을 가져와야 한다”며 그를 위한 강령적인 과업들을 제시했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의 종합지휘소 방문엔 전병호 당 군수공업 담당비서, 주규창 당 군수공업부 제1부부장이 동행했다.
북한은 1998년 ‘광명성 1호’를, 2006년 ‘대포동 2호’ 로켓을 발사했으나 김 위원장이 종합지휘소에서 발사 과정을 지켜봤다는 북한 언론 보도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로켓 발사 당일 행적이 드러난 것도 역시 전례 없는 일이다. 오는 9일 열리는 12기 최고인민회의 1차회의의 ‘김정일 3기 체제’ 출범을 앞두고 김 위원장의 ‘과학기술 혁명 영도력’을 과시하는 동시에 로켓 발사가 김 위원장의 직접 지휘 아래 이뤄졌다는 메시지를 미국 등에 전달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실패’로 드러난 위성 발사를 ‘성공’으로 강변하는 일종의 선전전에 김 위원장이 직접 출연한 것은 대외적으로 그의 신뢰도 저하로 귀결될 수 있다. ‘신성 훼손’의 위험을 감수해야 할 만큼 북한 당국이 내부 정치적 측면에 이번 위성 발사의 방점을 찍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북한 매체들은 종합지휘소가 어디 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정부 소식통은 “김 위원장은 발사 당일 평양에 머물렀다”고 밝혀, 평양에 자리한 것으로 보인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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