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로켓 발사 이후] 남북관계 교착 속 외교공간 확보 위해
북한의 로켓 발사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이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6자회담 틀 안에서 북-미 간에 북한 미사일 문제를 다루는 것을 지지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8일 “어떤 식으로든 미사일 문제가 다뤄져야 하지 않겠냐”며 “미사일 문제를 6자회담 틀 안에서 북-미 간에 다뤄야 한다는 것은 한국과 미국의 공통된 생각”이라고 밝혔다. 실제 힐러리 클리턴 미국 국무장관도 지난 3월 북한 미사일 문제를 6자회담의 논의 대상으로 삼자고 제안한 바 있다. 일단 6자회담에서 미사일 문제를 다루겠다는 전략은 북한을 이른 시일 안에 협상장으로 끌어내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미사일 협상에는 보상이 따르므로 북한이 받을 수 있는 대가의 총량을 키워 좀 더 적극적으로 회담에 나오게 하겠다는 얘기다.
미국 처지에선 6자회담 틀로 미사일 협상을 가져오는 게 책임과 위험을 분산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유리한 측면이 있다. 지난 2000년 북-미 간 미사일 협상의 진행에 비춰보면,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유예의 대가로 ‘인공위성’ 대리 발사를 해줘야 할 상황이다. 대리 발사의 몫은 러시아에게 맡길 수 있다. 게다가 북-미 간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질 때마다 중국의 조정과 중재를 기대할 수 있다. 한국으로서도 남북관계가 막혀 있는 상황에서 외교적 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은 6자회담 밖에 없다. 정부 당국자들이 계속 6자회담 재개를 강조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아울러 장거리 로켓 문제는 1차적으로는 북-미 간의 쟁점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실질적으로는 북-미 양자대화로 미사일 협상의 큰 가닥을 잡은 뒤, 6자회담의 북-미 관계정상화 실무그룹 등으로 넘어갈 공산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미사일 해법에서 ‘6자회담’과 ‘북-미 대화’라는 단어가 동시에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북핵 문제를 다뤄온 6자회담에 미사일 문제까지 얹혀질 경우, 상당히 오랜 기간 협상이 지체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외교 전문가는 “핵 폐기와 미사일 보상의 일정표를 조합하려면 ‘빅딜’까지 꽤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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