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21일 개성접촉]
이명박 정부 출범 이래 처음으로 북쪽 지역인 개성에서 21일 남북 당국자들이 만난다. 이를 하루 앞두고 정부는 20일 접촉 준비로 바쁘게 움직였다. 그러나 북쪽의 의도와 예상 의제 등 기초적인 정보 부족에 따른 예측의 불확실성에 허덕여야 했다.
남 PSI 참여땐 통행차단·억류자 거론할듯
정부, 정보 부족 관계장관회의도 형식 그쳐
북쪽 주장만 일방통보 뒤 ‘접촉 종료’ 우려도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관계장관회의를 소집해 상황을 점검하고 대책을 논의했다. 이 대통령은 회의에서 특히 북한에 억류 중인 현대아산 직원 ㅇ씨의 신변 보장을 위한 노력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21일 접촉에서 그동안 북쪽이 이 대통령과 정부를 비방해온 데 대해 유감을 표명하는 방안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날 회의에서도 21일 접촉이 어떤 내용과 형식을 띨지 뾰족한 예측을 내놓지는 못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모여 앉아서 내일 예상되는 상황을 점검·정리하는 수준이었다”며 “예상 의제 또한 우리나 기자들이나 생각할 수 있는 게 똑같다”고 말했다. 당장 북쪽에서 누가 접촉에 나올지도 분명하지 않다. 통일부 관계자는 “북쪽이 ‘개성공단 관련’이라고 한 점을 볼 때 공단 관리당국인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의 김일근 총국장 또는 박명철 제1부총국장이 나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북쪽이 중대사안을 통보한다고 한 점을 보면 총국장급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남쪽 당국자 대표가 국장급인 김영탁 통일부 개성공단지원단장이란 점에선 차관급인 총국장 대신 국장급인 부총국장을 전면에 내세울 수도 있다. 정부는 이날 김 단장 등 남쪽 참석자 7명의 명단을 북쪽에 통보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한 관계자는 “박명철 제1부총국장은 보위부 출신의 실세로, 보안·감찰 분야를 맡고 있다”며 “김 총국장보다 박 부총국장이 나올 경우 대량파괴무기 확산방지구상(PSI·피에스아이) 등 정치군사적 문제가 거론될 가능성이 오히려 높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두 사람 다 실무책임자인 만큼 평양 차원에서 이미 결정된 내용을 대신 읽는 구실 이상은 아닐 것이라는 지적도 많다. 남쪽 방북단은 21일 오전 9시 차량 편으로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를 떠나 개성공단으로 건너가, 접촉을 벌인다. 일단 접촉 장소는 개성공단 내 관리위원회 사무실이 될 가능성이 높다.
북쪽은 접촉에서 △피에스아이 참여에 따른 개성공단 통행차단 △현대아산 직원 ㅇ씨 사건처리 등을 거론할 것으로 예상된다. 남쪽은 ‘피에스아이는 남북관계와는 별개’라는 논리와 ‘남북합의서에 따른 ㅇ씨 처리’를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또 ‘개성공단 발전 방안 협의’, ‘출입·체류 공동위원회 설치’ 등의 후속 조처와 일정을 제의해 남북대화 지속의 계기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정부는 북쪽 태도로 볼 때 북쪽이 자신들의 주장만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일어설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남북대화 지속은커녕 제대로 반박조차 못하고 돌아오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이 개성공단과 관련해 사태의 책임을 떠넘기려 할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북쪽이 자기 할 말만 하고 일어설 경우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서면으로 입장을 전달하는 방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2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 남북 당국간 만남은 같은 해 10월 군사실무회담과 군사실무접촉이 한차례씩 판문점과 군사분계선상에서 열린 정도다. 6자회담 산하 에너지·경제협력 실무그룹 차원의 협의가 지난해 3월과 6월 판문점에서 열렸으나, 남북관계가 아닌 다자 의제를 논의하는 자리였다.
손원제 황준범 기자 wonje@hani.co.kr
정부, 정보 부족 관계장관회의도 형식 그쳐
북쪽 주장만 일방통보 뒤 ‘접촉 종료’ 우려도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관계장관회의를 소집해 상황을 점검하고 대책을 논의했다. 이 대통령은 회의에서 특히 북한에 억류 중인 현대아산 직원 ㅇ씨의 신변 보장을 위한 노력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21일 접촉에서 그동안 북쪽이 이 대통령과 정부를 비방해온 데 대해 유감을 표명하는 방안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날 회의에서도 21일 접촉이 어떤 내용과 형식을 띨지 뾰족한 예측을 내놓지는 못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모여 앉아서 내일 예상되는 상황을 점검·정리하는 수준이었다”며 “예상 의제 또한 우리나 기자들이나 생각할 수 있는 게 똑같다”고 말했다. 당장 북쪽에서 누가 접촉에 나올지도 분명하지 않다. 통일부 관계자는 “북쪽이 ‘개성공단 관련’이라고 한 점을 볼 때 공단 관리당국인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의 김일근 총국장 또는 박명철 제1부총국장이 나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북쪽이 중대사안을 통보한다고 한 점을 보면 총국장급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남쪽 당국자 대표가 국장급인 김영탁 통일부 개성공단지원단장이란 점에선 차관급인 총국장 대신 국장급인 부총국장을 전면에 내세울 수도 있다. 정부는 이날 김 단장 등 남쪽 참석자 7명의 명단을 북쪽에 통보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한 관계자는 “박명철 제1부총국장은 보위부 출신의 실세로, 보안·감찰 분야를 맡고 있다”며 “김 총국장보다 박 부총국장이 나올 경우 대량파괴무기 확산방지구상(PSI·피에스아이) 등 정치군사적 문제가 거론될 가능성이 오히려 높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두 사람 다 실무책임자인 만큼 평양 차원에서 이미 결정된 내용을 대신 읽는 구실 이상은 아닐 것이라는 지적도 많다. 남쪽 방북단은 21일 오전 9시 차량 편으로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를 떠나 개성공단으로 건너가, 접촉을 벌인다. 일단 접촉 장소는 개성공단 내 관리위원회 사무실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남북 접촉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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