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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개성공단 중대기로…남쪽에 ‘공’ 넘긴셈

등록 2009-04-21 19:09수정 2009-04-22 01:56

이명박 정부 들어 첫 남북 당국 간 대화를 위해 개성공단에 간  김영탁 통일부 개성공단사업지원단장 및 정부 관계자들이 22일 자정을 넘겨  어두운 표정으로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를 들어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파주/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이명박 정부 들어 첫 남북 당국 간 대화를 위해 개성공단에 간 김영탁 통일부 개성공단사업지원단장 및 정부 관계자들이 22일 자정을 넘겨 어두운 표정으로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를 들어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파주/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북, 노동자 저임금 등 불만사항 쏟아내
정부·입주기업 “최악 면해” 일단 안도
북 “개성공단 계약 전면 재검토”

북한 쪽은 21일 개성 남북 접촉에서 개성공단 폐쇄나 중단 등과 같은 극단적 조처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대신 개성공단 사업과 관련해 그간 직간접적으로 표시해 온 불만 사항들을 남쪽 당국에 던졌다. 북쪽의 요구들은 남쪽이 적극적으로 협의에 응하지 않는다면 거의 개성공단 폐쇄나 중단에 이를 수 있는 ‘중대 사안’들이다. 공을 남쪽으로 떠넘긴 모양새다.

북쪽이 남쪽에 협의를 요구한 사항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토지 임대료를 올려 달라는 것이다. 현대아산과 한국토지공사는 지난 2004년 북쪽과 50년 동안 1단계 100만평을 임대차하는 조건으로, 당시 지장물 철거비 등을 포함해 1600만달러를 북쪽에 지급했다. 물론 토공은 입주기업들로부터 임대차료를 받은 것을 건네줬기 때문에, 토지 임대료를 인상하게 되면 입주기업들은 추가 부담을 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둘째론 토지 임대료와 별도로 토지 사용자들인 개별 입주기업이 2014년부터 내도록 돼 있는 토지 사용료 유예기간을 10년에서 6년으로 앞당겨 달라는 것이다. 북쪽의 요구대로 하면, 개별 입주기업들은 2010년부터 토지 사용료를 낸다.

셋째는 북쪽 노동자의 임금 인상과 관련된 것이다. 애초 임금은 북쪽 노동자 한명당 50달러였다. 그동안 상한 규정인 5% 인상에 맞춰 2007년 8월엔 52.5달러, 2008년엔 8월 55.125달러로 올렸다. 그러나 북쪽은 중국 쪽 임금과 비교해 북쪽 노동자들의 임금이 지나치게 낮다며 현실화해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또 임금 인상 상한선이 5%로 묶여 있고, 숙련 노동자와 비숙련 노동자를 구분하지 않는 현재의 임금체계를 고치려고 북쪽은 그동안 여러 차례 남쪽에 협의를 요청했다. 따라서 이번 임금 인상은 그간의 이런 입장들을 공식적으로 전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우리 정부와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애초 예상했던 개성공단 통행 차단이나 개성공단 폐쇄 통보 같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한 것에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북쪽은 오히려 자기들이 개성공단에 대해 특례적으로 할 것을 다 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며 “특히 남쪽이 필요한 접촉에 성실히 응해 나와야 한다고 얘기한 점을 볼 때 나름대로 대화 의지를 피력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물론 남쪽 정부의 목표가 개성공단을 확대·발전시키는 것에 있다면 북쪽의 이런 요구에 ‘긍정적 메시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남쪽 정부가 북쪽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고 거부한다면, 최악의 경우 이는 개성공단 폐쇄나 중단으로 직결될 수도 있다. 토지 임대료나 토지 사용료는 공장이 설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인프라에 속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남쪽이 협상을 할 의지가 없다면 ‘방을 빼라’는 통보나 마찬가지다. 어찌 보면 최후통첩이라고 할 수도 있다.

이날 북쪽이 보인 태도도 이를 증명한다. 7차례의 예비접촉을 통해 저녁 8시35분께 본접촉이 이뤄졌지만, 실제 협의다운 협의는 없었다. 북쪽은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낭독하고, 남쪽 요구사항에 대해서는 한번 훑어본 뒤 그냥 남쪽에 건넨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최종적인 판단은 남쪽 정부의 결단으로 다시 넘어왔다. 정부가 그동안 개성공단을 지난 정권의 산물이라며 홀대했던 기조에서 벗어나, 남북관계에 대한 새판짜기를 결정한다면 이번 남북 접촉은 새로운 전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현 정부의 고정 지지층만을 의식해, 기존의 강경한 대북 정책 틀에 갇혀버린다면 개성공단은 역사 속으로 사라질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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