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인택 통일부 장관(오른쪽 세번째)과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오른쪽 두번째)이 22일 오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에 나와 21일 개성에서 있었던 남북 당국자 간 접촉과 관련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남북 개성접촉 이후] 정부 대응 어떻게 돼가나
현대아산·입주기업 의견수렴 뒤 대응방안 마련키로
“압박 동시에 협상신호”…청 “대화 모멘텀 이어가야”
현대아산·입주기업 의견수렴 뒤 대응방안 마련키로
“압박 동시에 협상신호”…청 “대화 모멘텀 이어가야”
‘개성 접촉’ 뒤 정부는 외교안보라인을 총가동해 대북협상 방안 마련에 나섰다. 특히 현 정부 출범 이래 소외돼온 통일부와 국가정보원 3차장실(북한 담당) 등 대북라인이 아연 활기를 띠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22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4·21 남북 당국자 개성 접촉’ 결과를 보고받고 “향후 이뤄질 협상에 치밀하게 대비하고 만반의 준비를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21일 밤에도 개성 접촉 직후 외교안보정책조정회의를 소집해 ‘이후 남북 협상을 지켜보며 대량파괴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참여 발표시기를 조정하라’고 ‘당분간 유보’를 지시했다.
정부는 북한이 ‘개성 접촉’에서 통보한 내용을 면밀히 분석해 대응방안을 확정한 뒤 북에 협상을 역제의할 방침이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북쪽 통보에 대해 “현대아산 및 공단 입주기업과의 의견수렴을 통해 신중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쪽은 ‘개성 접촉’에서 △현대아산·토지공사와의 개성공단 토지임대차 계약 수정 △입주기업들의 토지사용료 지불유예 4년 단축 △북쪽 노동자 임금 상향 조정 등을 요구했다.
정부가 기업 의견수렴과 신중한 검토를 강조하는 것은 이번 북의 통보가 남북 당국간 대화 재개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분석하기 때문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북이 기존 계약 무효화와 재협상을 요구한 것은 개성공단에 대한 압박인 동시에 남쪽과 대화하자는 신호”라고 말했다. 북쪽은 “기존 계약을 재검토하기 위한 협상을 시작한다”며 “남쪽은 이에 필요한 접촉에 성실히 응해 나와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이후 이뤄질 ‘재검토 접촉’이 정부 구상처럼 실질적 당국간 대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당장 “정부는 남북 당국간 회담으로 만들고 싶어하겠지만, 원래 현대아산과 토지공사가 정부를 대신해 북쪽과 얘기를 주고받아 결론을 낸 것이기 때문에 그쪽에서 나서야 할 것”(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설령 당국간 접촉이 이뤄진다 해도 “북쪽이 실질적 대화보다는 일방적으로 요구조건을 통보하는 데 그칠 수 있다”(이봉조 전 통일부 차관)는 지적도 있다.
그럼에도 이명박 정부 출범 이래 처음 찾아온 남북 대화의 기회인 만큼 이의 활용은 정부에게 중요한 과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북한에 끌려다니지는 않는다는 게 우리 정부의 일관적인 원칙이지만, 강경일변도가 능사가 아니기 때문에 유연하고 탄력있게 대응할 것”이라며 “대화의 모멘텀은 이어가면서 대화를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북 대화 쪽으로 정부 기조가 가닥을 잡으면서, 피에스아이 참여 등 대북 강경대응을 이끌어온 외교부는 풀이 죽은 모습이다. 그러나 일관된 대북 대화 철학이 결여된 현 정부 특성상 대북 협상 과정에서의 돌출 사안 하나가 언제라도 분위기를 바꿔놓을 가능성도 있다. 정부 관계자 사이에도 “대통령 차원의 확고한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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