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기업협의회 관계자가 2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사무실에서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개성공단 기업협의회는 이날 오전, 21일 남북 당국자간 개성 접촉 결과와 관련해 긴급회의를 열려다 정부의 대응을 지켜보려고 회의를 미뤘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남북 개성접촉 이후] 북한 뭘 노렸나
북한은 무엇을 노렸나? 북쪽이 21일 개성 접촉에서 ‘개성공단 특혜조처의 전면 재검토’와 ‘기존 계약의 재협상’을 남쪽에 통보했다. 정부는 ‘예상 밖’이라는 반응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22일 “최악의 경우 평양의 지침에 따라 정치군사적 부분까지 격렬히 건드릴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론 개성공단 운영과 관련한 경제적 조처에 국한됐다”고 말했다.
정부 ‘북 대화 의지’ 긍정 해석…‘경제문제 국한’ 안도
전문가들 “남쪽에 책임 떠밀기…대화 힘들것” 분석도 정부가 북쪽 통보 문건 전문을 공개하지 않아 북쪽이 어떤 논리로 이런 조처의 통보에 이르렀는지는 불분명하다. 하지만, 짐작은 가능하다. 통일부 관계자는 “북쪽은 ‘6·15공동선언에 따라 개성공단에 특혜조처를 줬는데, 대량파괴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참여 등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적대정책으로 남북관계가 파국에 이른 상황에서 이를 유지할 수 없게 됐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이런 주장에 비춰, 북쪽의 통보는 긍정과 부정의 어느 한 쪽으로 예단하기 어려운 두 갈래 노림수를 모두 담고 있다는 풀이가 가능하다. 긍정적으로 보자면, 북쪽의 통보 조처는 남북 사이 협상과 대화를 먼저 제의한 게 된다. 정부는 북쪽이 “개성공단 관련 기존 계약의 재검토 협상을 시작하니, 남쪽은 접촉에 성실히 응해 나오라”고 요구한 점을 주목하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북한의 의도는 기본적으로 판을 다 깨자는 것보다는 대화를 하겠다는 의지가 깔려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당국자는 “어쨌든 남북 당국 사이 협상은 없다고 하다가 협상에 나오라고 한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비록 일방적 통보로 압박하는 형식을 취했지만, 내용적으론 북쪽의 ‘전술적 후퇴’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금강산과 개성관광도 끊기고, 로켓 발사 비용은 크게 들어간 터라 ‘캐시’(현금) 필요성도 컸을 걸로 본다”고 북의 의도를 분석했다. 그러나 ‘협상 제의’로만 한정하면 북의 의도를 잘못 읽는 것이라는 반론도 강하다. 오히려 북쪽은 개성공단 특혜를 거둬들임으로써 그런 조건에서도 남쪽이 개성공단을 유지할 수 있을지를 시험하고 압박하려 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연철 한겨레평화연구소장은 “북쪽이 먼저 폐쇄라는 말은 안 썼지만, 이렇게 가면 사실상 폐쇄의 길로 들어설 수 있다는 강한 경고를 보내고 공을 남쪽에 넘긴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북쪽 요구대로 되면 공단 입주기업들로선 재앙이다. 재협상 과정에서 정부가 합의 위반이라고 맞서며 지리한 공방을 이어갈 경우도 중소기업들은 경쟁력을 잃고 고사할 수밖에 없다.
이봉조 전 통일부 차관은 “기본적으로 북한은 모든 분야에서 ‘남쪽에 기대하지 않겠다’는 정책기조를 보여왔다”며 “이번에도 남쪽의 6·15선언 무시에 대한 개성공단 경협 차원의 맞대응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남쪽의 6·15와 10·4선언 무시에 대응해 ‘정치군사적 합의’를 무효화한다고 밝혔던 것처럼, 이번엔 개성공단 차원의 합의를 무효화했다는 분석이다. 협상 과정에서 북쪽이 정부를 협의 상대로 인정할지도 미지수다. 홍익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개성 접촉에서 당국을 부른 것은 ‘개성공단이 이렇게 어려워지는 것은 남쪽 당국에 책임이 있다’는 것을 주장하려는 의도”라며 “정부는 당국 대화를 생각하는 것 같지만,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외교안보 분야 전직 고위 당국자는 “이후 남북관계와 개성공단의 장래는 북쪽의 두 갈래 의도 중 어떤 부분을 살려 나갈지에 달려 있다”며 “정부는 북한이 ‘굴복’했다며 웃을 게 아니라 ‘기회’를 줬다고 보고 협상 모멘텀을 살릴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전문가들 “남쪽에 책임 떠밀기…대화 힘들것” 분석도 정부가 북쪽 통보 문건 전문을 공개하지 않아 북쪽이 어떤 논리로 이런 조처의 통보에 이르렀는지는 불분명하다. 하지만, 짐작은 가능하다. 통일부 관계자는 “북쪽은 ‘6·15공동선언에 따라 개성공단에 특혜조처를 줬는데, 대량파괴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참여 등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적대정책으로 남북관계가 파국에 이른 상황에서 이를 유지할 수 없게 됐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이런 주장에 비춰, 북쪽의 통보는 긍정과 부정의 어느 한 쪽으로 예단하기 어려운 두 갈래 노림수를 모두 담고 있다는 풀이가 가능하다. 긍정적으로 보자면, 북쪽의 통보 조처는 남북 사이 협상과 대화를 먼저 제의한 게 된다. 정부는 북쪽이 “개성공단 관련 기존 계약의 재검토 협상을 시작하니, 남쪽은 접촉에 성실히 응해 나오라”고 요구한 점을 주목하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북한의 의도는 기본적으로 판을 다 깨자는 것보다는 대화를 하겠다는 의지가 깔려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당국자는 “어쨌든 남북 당국 사이 협상은 없다고 하다가 협상에 나오라고 한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비록 일방적 통보로 압박하는 형식을 취했지만, 내용적으론 북쪽의 ‘전술적 후퇴’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금강산과 개성관광도 끊기고, 로켓 발사 비용은 크게 들어간 터라 ‘캐시’(현금) 필요성도 컸을 걸로 본다”고 북의 의도를 분석했다. 그러나 ‘협상 제의’로만 한정하면 북의 의도를 잘못 읽는 것이라는 반론도 강하다. 오히려 북쪽은 개성공단 특혜를 거둬들임으로써 그런 조건에서도 남쪽이 개성공단을 유지할 수 있을지를 시험하고 압박하려 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연철 한겨레평화연구소장은 “북쪽이 먼저 폐쇄라는 말은 안 썼지만, 이렇게 가면 사실상 폐쇄의 길로 들어설 수 있다는 강한 경고를 보내고 공을 남쪽에 넘긴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북쪽 요구대로 되면 공단 입주기업들로선 재앙이다. 재협상 과정에서 정부가 합의 위반이라고 맞서며 지리한 공방을 이어갈 경우도 중소기업들은 경쟁력을 잃고 고사할 수밖에 없다.
이봉조 전 통일부 차관은 “기본적으로 북한은 모든 분야에서 ‘남쪽에 기대하지 않겠다’는 정책기조를 보여왔다”며 “이번에도 남쪽의 6·15선언 무시에 대한 개성공단 경협 차원의 맞대응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남쪽의 6·15와 10·4선언 무시에 대응해 ‘정치군사적 합의’를 무효화한다고 밝혔던 것처럼, 이번엔 개성공단 차원의 합의를 무효화했다는 분석이다. 협상 과정에서 북쪽이 정부를 협의 상대로 인정할지도 미지수다. 홍익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개성 접촉에서 당국을 부른 것은 ‘개성공단이 이렇게 어려워지는 것은 남쪽 당국에 책임이 있다’는 것을 주장하려는 의도”라며 “정부는 당국 대화를 생각하는 것 같지만,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외교안보 분야 전직 고위 당국자는 “이후 남북관계와 개성공단의 장래는 북쪽의 두 갈래 의도 중 어떤 부분을 살려 나갈지에 달려 있다”며 “정부는 북한이 ‘굴복’했다며 웃을 게 아니라 ‘기회’를 줬다고 보고 협상 모멘텀을 살릴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