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남북 추가 접촉 앞두고 “신중 대처” 조언
지난달 21일 남북 간 개성접촉에 이어 조만간 추가 접촉을 앞둔 상태에서 2006년 ‘열차 시험운행 무산’을 교훈 삼아 정교한 정세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2006년 경의선·동해선 열차시험운행 예정일인 5월25일을 하루 앞두고 북쪽의 일방적 통보로 시험운행이 무산됐던 당시 정세와 지금 상황이 유사하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당시 6자 회담이 위조지폐 논란과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 등으로 6개월 이상 열리지 못하며 북-미 간의 갈등이 고조됐다. 열차 시험운행 무산 이후, 북쪽은 6월1일 미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를 평양으로 초청했으나 미국이 거부하자 7월5일 대포동2 미사일 발사, 10월9일 핵실험 등으로 긴장을 고조시켰다.
최근 상황도 비슷하다. 북한은 지난달 5일 장거리 로켓 발사에 이어, 지난달 29일엔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 가능성을 내비치는 외무성 대변인 성명을 발표하며 북-미간 갈등지수를 높이고 있다.
이런 외적 상황에선 남북관계가 취약해지기 때문에, 남북 현안에 대한 신중한 대처와 북-미간 중재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특히 남북 교류를 주장하는 북한의 ‘경협파’와 군부 중심의 강경파 간의 세력 관계를 주의깊게 분석해, 북한의 강경파들에게 빌미를 줄 수 있는 ‘땔감’은 가능한 한 피하는 게 좋다는 것이다. 한 대북전문가는 4일 “예를 들어, 대량파괴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전면 참여를 발표하면 곧바로 북한 군부가 개입할 것”이라며 “개성공단 통신이나 통행 차단은 바로 군부 쪽 소관이기 때문에 이 부분이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21일 개성 접촉 때 ‘남쪽에 주었던 개성공단 특혜 조처들의 재검토’를 요구한 북한의 통지문이 북쪽 내부의 경협파와 군부의 ‘절충안’이라는 분석도 이런 조언에 힘을 싣고 있다. 남북 회담 경험이 풍부한 정부 당국자는 “북쪽의 통지 내용을 보면, 개성공단을 달갑지 않게 생각하는 북한 군부와 개성공단 유지 필요성을 주장하는 온건파 간에 일종의 타협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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