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왼쪽)이 8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별관 외교부 장관 접견실에서, 이날 방한한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만나 이야기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외무성 대변인 발언…핵관련 답변 요구한듯
보즈워스 방한…“북한과 양자협의 준비 돼”
보즈워스 방한…“북한과 양자협의 준비 돼”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한 날짜에 맞춰 “우리를 변함없이 적대시하는 상대(미국)와 마주 앉았댔자 나올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밝혔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8일 <조선중앙통신> 기자의 질문에 대답하는 형식으로,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의 100일간의 정책 동향을 본 결과 “대조선(대북) 적대시 정책에선 조금도 변화가 없다는 것이 명백해졌다”며 이렇게 주장했다. 대변인은 이어 “이미 밝힌 대로 핵 억제력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연철 한겨레평화연구소장은 북한의 이번 발표에 대해 “북한이 지난달 29일 외무성 대변인 성명을 통해, 거친 방식이기는 하지만 △핵실험 △장거리미사일 시험 발사 △경수로 건설 등 3가지 대화 의제를 던졌다”며 “이에 대해 미국이 정리된 내용을 북한에 주지 않으면 대화를 시작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중국 방문을 마치고 이날 오후 한국에 도착한 보즈워스 특별대표는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을 만난 뒤 “다자 회담(6자회담)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북한과 양자 협의를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는 “북한이 스스로 무덤을 더 깊게 파고 있다”는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지난달 30일 발언에 견줘 대화 개시 쪽에 좀더 무게가 실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위성락 외교통상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보즈워스 특별대표와 면담을 마친 뒤 “(보즈워스의 북-미 양자 협의 발언은) 원칙적이고 기본적인 입장을 얘기한 것으로 보인다”며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교환한 것은 없다”고 밝혔다. 또 보즈워스 특별대표는 “북한이 2차 핵실험을 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결과들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보즈워스 특별대표는 이날 유 장관에 이어 현인택 통일부 장관, 김성환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등 한국 정부 고위 당국자들을 만나 북한을 6자회담에 복귀시킬 방안을 협의했다. 한-미는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물꼬 트기의 첫 단계라고 할 수 있는 북-미 대화를 언제 시작하는 게 적절한지에 대해서도 의견을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보즈워스 대표의 순방이 난국을 타개할 해결책을 만들어낸다고 보기는 어려울 수 있지만, 상황을 평가하고 향후 대응 폭에 대해 당사국들의 공감대를 늘릴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즈워스 특별대표는 9일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교동 자택을 방문해 북핵문제를 협의할 예정이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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