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없다”서 한걸음 진전…‘협상 보따리’ 고민할 듯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12일, 앞으로 몇주 동안 자신의 북한 방문 문제를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즈워스 특별대표는 이날 한국·중국·일본 순방을 마치고 일본 도쿄에서 귀국 길에 오르기 전에 ‘북한과 대화를 위해 언제쯤 방북할 생각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미국에만 달려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그 문제는 우리가 앞으로 몇주 동안 검토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보즈워스 특별대표는 또 “워싱턴으로 돌아가서 유관 부처와 협의를 한 뒤 전화나 다른 통신수단으로 아시아의 파트너 국가들과도 계속 연락을 취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즈워스 특별대표가 중국 및 한국 순방 과정에서 북한 방문 가능성에 대해 “계획이 없다”, “아직까지 정해진 게 없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인 것과 비교하면 한발짝 더 앞으로 나아간 것이다.
이에 따라 보즈워스 특별대표는 이번 한·중·일 순방 협의 결과를 토대로 미국 행정부 내 대북 관련부처간 협의와 6자회담 당사국의 동의를 거쳐 북한 방문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몇주 동안’이라고 시한을 정한 것은 본격적으로 대북문제 해결에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도 있는 대목이다. 빈손으로 북한에 갈 수는 없으므로 북한 쪽과 마주 앉았을 때 내놓을 수 있는 ‘협상 보따리’의 대략적인 틀거리를 고민해 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미국이 북-미 양자 대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겠다는 신호로 봐도 되느냐’는 질문에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의 의사를 북한에 전달한 것이기는 하지만, 아직은 원론적인 수준의 발언이라는 것이다.
보즈워스 특별대표의 방북 추진에 북쪽이 호응할지도 알 수 없다. 북한은 구체적인 ‘협상 보따리’를 먼저 보여 달라고 요구해 가격을 매겨본 뒤 방북 수용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이용인 기자, 도쿄/김도형 특파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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