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받아들이지 않으면 나가도 무방”
정부, 수용거부…개성공단사업 최대위기
정부, 수용거부…개성공단사업 최대위기
북한 쪽이 15일 개성공단과 관련된 기존 계약들의 무효를 선언하고, 새로 정할 관련 법과 규정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개성공단에서 철수해도 좋다고 남쪽에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북쪽의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총국)은 이날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를 통해 남쪽에 보낸 통지문에서 “개성공업지구에서 우리가 그동안 6·15 공동선언의 정신에 따라 남쪽에 특혜적으로 적용했던 토지 임대값과 토지 사용료, 노임, 각종 세금 등 관련 법규들과 계약들의 무효를 선포한다”고 밝혔다. 이번 북쪽 통지문은 지난달 21일 개성접촉에서 “기존 계약을 재검토하기 위한 협상을 시작한다”고 남쪽에 알린 내용보다 훨씬 강경하다.
총국은 이어 “우리는 변화된 정세와 현실에 맞게 법과 규정, 기준이 개정되는 데 따라 이를 시행하기 위한 절차에 착수하게 될 것”이라고 통보했다. 총국은 특히 “개성공업지구의 남쪽 기업들과 관계자들은 우리가 통지한 이상의 사항을 무조건 받아들여야 한다”며 “이를 집행할 의사가 없다면 개성공업지구에서 나가도 무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쪽은 현대그룹 등과 협의를 거쳐 2002년 11월20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정령(법률)으로 개성공업지구법을 제정·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북쪽의 발표는 남쪽과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법규를 개정한 뒤 남쪽 당국과 공단 입주업체들에 ‘수용’과 ‘공단 철수’ 중 택일을 압박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북쪽은 이번 통지문을 보낸 배경에 대해 “6·15를 부정하는 자들에게 6·15의 혜택을 줄 수 없다는 것은 너무도 자명한 이치”라고 주장했다. 북쪽은 또 4·21 개성접촉 후속 협의가 성사되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 남쪽에 책임을 돌리며 “이제 앞으로의 사태가 어떻게 더 험악하게 번져지는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남쪽의 태도 여하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북쪽은 현대아산 ㅇ씨 문제를 후속 접촉의 의제로 포함시키려던 남쪽에 대해 “부당한 문제”라거나 “의제 밖의 문제”라며, “실무접촉을 또 하나의 북남 대결장으로 만들어 공업지구 사업 자체를 파탄시키려는 남쪽 당국의 고의적이고 계획적인 도발행위”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이날 김호년 통일부 대변인 명의로 논평을 내어 “개성공단의 안정을 위협하는 조처로서 정부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음을 명백히 밝힌다”며 “북한 쪽이 일방적으로 시행한다면 그에 따른 결과에 대해 북한 쪽은 모든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정부는 이날 오전 개성공단 실무회담을 18일 갖자고 북쪽에 제의했으나, 북쪽이 이날 오후 강경한 통지문을 남쪽에 통지함으로써 개성공단 관련 후속 협의가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
이용인 손원제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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