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적 언급회피? 언급할 내용 없어서?
미 협상파들 “북-미 신속 대화” 촉구
미 협상파들 “북-미 신속 대화” 촉구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19일(현지시각) 워싱턴 포린프레스클럽에서 연 첫 외신 기자회견에서 북한 문제에 대해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클린턴 장관은 머리발언에서 “미국이 집중하고 있는 특별한 문제”라며,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중동지역의 평화와 이라크 문제를 거론했다. 북한과 비슷한 처지인 이란에 대해서는 “새로운 접근을 취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2차 핵실험 등을 예고하며 긴장을 높이고 있는 북한에 대해선 아예 입밖에 꺼내지도 않았다. 지난달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정책 우선순위’란 주제로 열린 첫 의회 청문회 때와 상황이 엇비슷하다.
우선, 클린턴 장관의 이런 행보는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이후 달라진 미국의 대북 대응 기조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북한과 대화는 필요하지만 북한의 위협에 쫓아가듯 대응하기보다는 일정한 냉각기를 갖자는 미국 내 지배적인 기류가 반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선의의 무시’(benign neglect)’ 전략이다.
전문가 그룹에선 빌 클린턴 행정부 당시 대북 특사를 지낸 잭 프리처드 한미경제연구소 소장, 에번스 리비어 코리아소사이어티 회장 등이 이런 주장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도 20일 “이른바 북-미 간 공식 대화 창구라고 할 수 있는 뉴욕 채널이 상시로 가동되고 있지만 의미있는 얘기가 오가는 것 같지는 않다”고 전했다.
그러나 대북정책에 대한 오바마 행정부의 검토가 아직 끝나지 않았고 최근 특별한 대북 현안도 없어 별도로 언급할 필요가 없었던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정부 고위 당국자도 “클린턴 장관이 의도적으로 북한을 언급하지 않은 것인지 특별히 대응할 만한 게 없어서 그런 것인지는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북-미 간 신속하고 직접적인 대화를 촉구하는 미국 내 ‘즉각 협상파’ 전문가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선의의 무시’ 정책은 단기적이고 일시적인 전략일 뿐만 아니라 상황의 추가적인 악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오바마 대선 캠프에서 활동했던 조엘 위트 전 국무부 북한담당관, 리언 시걸 미국 사회과학원 국장 등이 여기에 속한다.
실제 시걸 국장은 19일(현지 시각)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과 인터뷰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독대했던 한 인사의 말을 빌려, 오바마 대통령이 최근 북한에 특사를 보내는 데 긍정적인 견해를 나타냈다고 소개했다. 시걸 국장은 “한반도 상황이 꼬일 대로 꼬인 상황에서 미국의 고위급 특사가 해법이 될 수 있다”며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 등을 특사 후보로 제시하기도 했다. 국내의 한 외교 전문가는 “미국도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고위급 특사를 보낼 용의는 분명히 있는 것 같다”며 “다만, 그 결정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오바마 대통령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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