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파괴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정부 방침 변화 및 남북관계
[PSI 전면참여]
남북관계와 상관없다더니…
결국 ‘대북제재’ 명분 종지부
남북관계와 상관없다더니…
결국 ‘대북제재’ 명분 종지부
정부는 대량파괴무기 확산방지구상(PSI·피에스아이) 전면 참여를 놓고 세차례의 연기 끝에 26일 결국 참여 사실을 공식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참여 명분은 상황에 따라 ‘그때그때 달라요’ 식으로 바뀌었다. 원칙없는 통일외교안보 정책의 전형을 보여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피에스아이 참여의 ‘총대’는 외교통상부가 앞장섰다. 유명환 외교부 장관은 두달여 전인 3월20일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면 (대량파괴무기) 비확산 문제가 부각되니 피에스아이 전면 참여 문제를 검토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장거리 로켓발사에 대한 ‘대북 제재’의 한 방법으로 피에스아이에 참여하겠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북한이 같은달 30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담화 형식으로 ‘피에스아이 참여는 선전포고이며 즉시 단호한 대응’을 하겠다고 경고하며 나섰고, 남북 간의 무력 갈등이 일어날 수 있다는 안팎의 우려가 높아지자 상황은 ‘신중론’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지난달 5일 북한이 로켓을 발사하자 정부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조처를 보고 판단하겠다”며, 피에스아이 참여 공식 발표를 1차 연기한 데는 이런 사정이 작용했다.
정부의 참여 명분도 서서히 바뀌기 시작했다. 피에스아이 참여는 북한을 겨냥한 게 아니어서 남북관계에 끼칠 악영향은 없을 것이고, 국제협의체에 참여해 국제사회에서 ‘글로벌 코리아’의 위상을 높이려는 뜻이라는 게 정부 관계자들의 달라진 설명이었다.
며칠 뒤인 4월13일(현지시각) 유엔 안보리가 ‘북한 로켓발사 규탄’ 의장성명을 채택하자, 정부는 14일 오후 기다렸다는 듯이 외교안보정책조정회의를 열어 피에스아이 전면참여를 결정했다. 다음날인 15일 오전 10시에 공식 발표한다는 비공식적인 안내도 기자들에게 했다. 그러나 정부는 15일 북한에 억류 중인 현대아산 직원 ㅇ씨의 안전 문제를 들어, 공식 발표를 19일로 두번째 연기했다.
북한이 하루 뒤인 4월16일 개성공단과 관련한 중대 문제에 대해 통보할 게 있다며 남북 당국자간 접촉을 제의하고 이런 사실이 <한겨레> 등의 보도로 알려지자, 정부는 이틀 뒤인 18일 다시 피에스아이 참여 발표를 세번째로 연기한다. 남북관계와 전혀 상관없다던 피에스아이 참여 여부는 이렇게 다시 남북관계의 정세 흐름을 타게 됐다.
무기한 연기되는 것처럼 보였던 피에스아이 참여 논란은 결국 25일 북한의 1차 핵실험과 26일 정부의 공식 참여 발표로 종지부를 찍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핵실험과 관련성을 부인할 수 없다”고 말해 ‘제재’의 일환임을 숨기지 않았다. 외교부가 애초 내세웠던 ‘대북 제재’ 명분으로 다시 돌아온 셈이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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