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정치 국방·북한

“MB정부 대북압박 치중…남북관계 망치고 있다”

등록 2009-05-27 07:32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이 26일 낮 국방부 앞에서 제90차 평화군축집회를 열고 대북제재반대 및 북미대화촉구와 PSI참여 중단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이 26일 낮 국방부 앞에서 제90차 평화군축집회를 열고 대북제재반대 및 북미대화촉구와 PSI참여 중단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핵실험-PSI참여…‘치킨게임’에 최악국면 우려
전문가들, 북 군사행동 가능성 견해 갈리지만
남북 사이 군사적 긴장지수 고조엔 이견 없어
핵실험에 대량파괴무기 확산방지구상(PSI·피에스아이) 전면 참여로, 남과 북이 ‘강 대 강’으로 맞서고 있다. 북-미 중심의 핵게임에 명운을 맡긴 채 양쪽 모두 남북관계는 더이상 안중에 없다는 듯한 태도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악화의 한 길만을 걸어온 남북관계가 이제 더 갈 데 없는 ‘시계 제로’의 최악 국면으로 접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통일부는 26일 “피에스아이는 북한만을 겨냥한 조처가 아니며 남북관계와 직접 관련있는 사안이 아니다”(이종주 통일부 부대변인)라고 했다. 그러나 ‘눈 가리고 아웅’이다. 피에스아이는 이란, 시리아와 함께 북한이 핵심 감시대상이다. 한반도 주변 해역을 맡게 될 남한으로선 북한이 과녘이 될 수밖에 없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피에스아이 전면참여 선언이 북한 핵실험에 대한 맞대응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북한은 피에스아이를 미국 주도의 대북 해상봉쇄로 간주하고 있다. 북한으로선 남한의 대북 봉쇄 전면참여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북한이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담화(3월30일) 등을 통해 예고한 대로 실제 군사행동에 나설 것인지를 두곤 전문가들도 견해가 갈린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북한도 핵실험으로 원인을 제공한 상황이라 반발은 하되 일시적일 것”이라며 “피에스아이 운용으로 인한 남북간 무력충돌 가능성도 높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에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남북해운합의서를 파기하고 서해상 무력시위를 벌이거나 무력충돌을 유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미 북한은 25일과 26일 잇달아 동해상에서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는 무력시위를 벌였다.

실제 무력충돌까지 가면 남북관계는 돌이키기 어려운 적대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 정부나 참여정부와 달리 국지적 충돌의 전면전화를 방지할 남북관계의 보루가 이 정부 들어선 갈수록 축소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무력충돌까지 가지 않더라도 피에스아이가 남북 사이 군사적 긴장지수를 크게 높이게 될 것이라는 데는 이론이 거의 없다. 이미 북한은 남북 사이 정치·군사적 합의 파기를 선언했다. 남북해운합의서마저 파기할 경우, 남북관계는 현상유지조차 어려워진다. 정부 역시 이미 개성공단 이외 지역으로의 방북을 전면 중단했다. 남북관계를 잇는 가느다란 끈들마저 끊겨가고 있다.

유일하게 남은 개성공단도 생사 갈림길에 서게 됐다는 우려가 높다. 장용석 평화문제연구소 연구실장은 “남쪽의 피에스아이 전면참여는 군사분계선을 막아 개성공단을 폐쇄하는 전제를 북한에 제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아산 직원 ㅇ씨 억류 문제도 더욱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남북대화를 통한 석방 노력보다는 유엔 인권이사회 진정·제소 등 국제사회를 통한 압박이 우선돼야 한다는 주장도 정부 안에서 더 거세질 수 있다.

남북 사이 작용과 반작용의 악순환이 되풀이 되는 데는 핵문제 진전과 남북관계 발전을 연계한 ‘비핵·개방·3000’ 식의 대북 원칙이 가로놓여 있다는 지적도 높다. 피에스아이 참여 자체가 핵문제와 남북관계를 연계시키는 정치적 선택이다. 안보 분야 전직 고위 당국자는 “핵문제를 풀려면 북-미관계 개선과 북핵 해결이라는 9·19공동성명 정신에 따른 북-미대화 성사에 주력해야 한다”며 “이 정부는 거꾸로 대북 압박에 치중하느라 북핵 해결도 남북관계도 모두 망치는 길을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평화를 위해 당당한 목소리가 필요합니다
한겨레와 함께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정치 많이 보는 기사

‘부정선거 전도사’ 황교안, 윤 대리인으로 헌재서 또 ‘형상기억종이’ 1.

‘부정선거 전도사’ 황교안, 윤 대리인으로 헌재서 또 ‘형상기억종이’

선관위 “선거망 처음부터 외부와 분리” 국정원 전 차장 주장 반박 2.

선관위 “선거망 처음부터 외부와 분리” 국정원 전 차장 주장 반박

오세훈, ‘명태균 특검법’ 수사대상 거론되자 ‘검찰 수사’ 재촉 3.

오세훈, ‘명태균 특검법’ 수사대상 거론되자 ‘검찰 수사’ 재촉

이재명 “국힘, 어떻게 하면 야당 헐뜯을까 생각밖에 없어” 4.

이재명 “국힘, 어떻게 하면 야당 헐뜯을까 생각밖에 없어”

이재명, 내일 김경수 만난다…김부겸·임종석도 곧 만날 듯 5.

이재명, 내일 김경수 만난다…김부겸·임종석도 곧 만날 듯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