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적 핵실험금지 조약기구 “낮은 한자릿수 kt 범위”
1차보다 크지만 성공 단정 어려워…운반능력도 관건
1차보다 크지만 성공 단정 어려워…운반능력도 관건
북한의 2차 핵실험 폭발력이 2년7개월여 전인 1차 핵실험(2006년 10월9일) 때보다 더 커졌다는 데는 대부분의 국내외 전문가들이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폭발력 추정치를 놓고는 의견이 엇갈린다.
우선, 국내 및 러시아 전문가들은 북한의 2차 핵실험 직후 인공지진의 강도 등을 분석해, 1차 핵실험 때보다 폭발력이 15~30배가량 커졌다고 밝혔다. 실제 지진 강도는 1차 핵실험 때 3.9였지만, 이번에는 리히터 규모 4.4에 이르렀다. 이럴 경우 폭발력은 히로시마에 투하된 핵폭탄의 위력인 15킬로톤(kt·1kt은 TNT 폭약 1000t의 폭발력)에 맞먹는다.
정부의 공식 입장이라고 할 수 있는 이상희 국방장관의 답변은 좀 모호하다. 이 장관은 25일 국회 국방위원회 답변에서 “(2차 핵실험의 강도가) 1kt 이상 되는 것은 분명하고, 최대 20kt까지 해당하는 실험일 수 있다”고 밝혔다. 1차 핵실험 때 0.4~1kt 정도의 폭발력에 그쳐 전문가들이 ‘절반의 성공’이라고 결론지은 것에 비하면 폭발력이 늘어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상희 장관이 밝힌 “1kt에서 20kt”이라는 폭발력 범위는 너무 넓어서 이 수치만을 놓고 실제 핵실험의 폭발력이나 성공 여부를 단정하기는 쉽지 않다. 1945년 이후 전세계 핵실험은 최소한 2~5kt 이상의 폭발력을 보였다. 이번 북한의 핵실험 때 폭발력이 2kt 미만인 것으로 결론나면 완전한 성공이라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는 것이다.
국외의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번 핵실험 결과를 낮게 평가하기도 했다. 2006년 1차 핵실험에 비해 큰 기술적 진전이 없다는 것이다. 전세계 핵실험을 감시하는 포괄적 핵실험금지 조약기구(CTBTO)는 26일(현지시각) “전세계 39개 산하 관측소들의 관측을 종합한 결과, 폭발력은 ‘낮은 한자릿수 킬로톤 범위’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최소한 히로시마급 폭탄의 위력은 아니라는 얘기다.
북핵 문제에 정통한 핵공학 전문가인 시그프리드 헤커 미국 스탠퍼드대학 국제안보협력센터 소장도 “이번 핵실험의 폭발력은 3년 전 1차 때의 2~4배인 2~4kt으로 소규모”라고 평가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26일 보도했다.
이처럼 핵실험 폭발력에 대한 다양한 견해가 나오는 가운데, 정확한 분석은 며칠에서 몇 주까지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지진파 분석 이외에도 핵실험에서 유출된 방사능 동위원소와 불화가스 등 환경샘플을 채취해 정밀분석을 해야 핵실험 성공 여부를 공식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춘근 한국과학기술정책연구원 북한팀장은 “지진 강도 이외에 지형 변화, 지표면의 열 등 모든 자료를 종합적으로 검토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어찌됐든 북한이 두 차례의 핵실험을 통해 최소한의 핵무기 제조능력은 입증했다는 게 ‘다수설’이기는 하지만, 운반능력이 더 관건이라는 지적도 있다. 우선 북한이 보유한 운반수단으로는 스커드 에이·비·시, 노동 1호 미사일이 꼽히는데 이 미사일들은 모두 1t 미만의 탑재중량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보유한 플루토늄 핵탄두는 기폭장치 설계 기술이 취약하고, 플루토늄과 고폭화약의 성능이 떨어져 2~3t 정도에 이르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북한이 핵무기 운반능력을 확보하려면 상당한 추가 핵실험을 통해 소형화 단계를 거쳐야 한다는 얘기다. 이상희 장관도 25일 국회에서 “북한이 핵무기 소형화를 달성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용인 권혁철 기자,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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