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타는 기자 가족의 흐느낌 북한에 억류된 <커런트 TV>의 로라 링 기자의 자매인 리사 링이 3일 캘리포니아주 산타모니카에서 열린 철야 집회에서 로라 링과 유나 리 기자의 석방을 호소하며 흐느끼고 있다. 산타모니카/AP 연합
미 정부 “조속 석방” 거듭 촉구
북한에 억류된 <커런트 티브이> 소속 미국 여기자 2명에 대한 재판이 4일 열렸다. 재판을 계기로 이들의 석방을 둘러싼 북-미간 줄다리기가 한층 본격화하겠지만, 이 사안이 핵과 미사일 문제로 꼬인 양국 관계 개선의 전기가 될지 또다른 악재로 남을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조선 중앙재판소는 이미 기소된 범죄행위에 따라 미국 기자 로라 링과 리승은(유나 리)에 대한 재판을 4일 오후 3시에 시작하게 된다”고 이날 낮 짤막하게 보도했다. 그러나 재판 결과는 즉각적으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두 기자가 받고 있는 ‘불법입국과 적대행위’ 혐의는 최고 10년 이상의 노동교화형(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북한이 지난달 재판날짜를 예고한 데 이어 이날 재판 시작 시각까지 신속히 알린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북한은 또 평양 주재 스웨덴 대사의 기자들 접견을 세차례나 허용했다. 지난달 26일엔 미국에 있는 가족과 통화도 허가했다. 이는 북한이 재판으로 형을 확정한 뒤 추방 형식으로 이들을 석방해 북-미대화 재개의 계기로 활용하려는 뜻을 드러낸 것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워싱턴포스트>는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실시한 다음날 전화통화를 허용한 것은 미국 정부와 대화를 재개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정부도 두 기자 석방을 거듭 촉구했다. 필립 크롤리 국무부 부대변인은 3일(현지시각) “미국인들의 신변안전 보호보다 더 높은 우선 순위는 없다”며 “북한이 재판 절차 없이 이들을 미국으로 돌려보내주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핵실험에 따른 대북 금융제재 등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북한이 두 기자를 ‘인질’ 카드로 당분간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
손원제 기자,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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