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인택 통일부 장관이 4일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국가브랜드위원회 외국인자문단 초청강연에 참석해 최근 북한 동향 등을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면전환용 북한정보 흘리기
현인택, 김위원장 건강·후계문제 이례적 언급
“주무장관 직분 망각…사실상 대화포기 선언”
현인택, 김위원장 건강·후계문제 이례적 언급
“주무장관 직분 망각…사실상 대화포기 선언”
현인택 통일부 장관이 그동안 통일부 장관의 ‘금기’로 여겨온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건강이상과 후계구도에 대해 입을 활짝 열었다. 북한과 대화를 이어가야 하는 통일부 장관의 직분을 ‘망각’하고 사실상 ‘대화 포기’ 의사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현 장관은 4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국가브랜드위원회 주최로 열린 제2차 국제자문포럼 주제발표를 통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쇠약해진 건강상태가 후계문제와 깊이 연관이 있다”며 “김 위원장은 자신의 악화된 건강 문제 때문에 아들로의 권력 승계 절차에 박차를 가할 필요를 느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언론보도를 인용하는 형식으로 김 위원장이 지난해 8월 뇌졸중을 앓은 점을 상기시키고 “흥미롭게도 김 위원장의 건강이 악화되기 시작한 이후 북한이 공격적이고 폭력적인 행동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남북관계 주무부처인 통일부 장관이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과 후계 문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임자인 김하중 전 장관은 국회에서 관련 사안을 여러 차례 질의받았지만, “북한을 상대해야 하는 통일부 장관으로서 대답하는 것이 적절치 못하다”며 언급을 피했다. 현 장관의 이날 언급은 통일부가 그동안 보여온 ‘금도’ 또한 넘어선 것이다. 청와대나 국가정보원이 김 위원장 건강이상과 셋째아들인 김정운으로의 권력승계 구도 등을 ‘첩보’ 수준에서 정치권과 언론에 흘려온 것과 달리 통일부는 신중하게 대응해 왔다. 천해성 통일부 대변인은 지난 2일 공개 브리핑에서 “통일부는 김 위원장의 건강이라든가 북한 지도부의 신상문제, 후계문제와 관련해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은 사실에 대해 매우 신중한 입장을 견지해 왔다”고 밝혔다. 현 장관은 비록 병명(뇌졸중)에 대해선 언론보도를 인용하는 형식을 취하긴 했지만, 그 밖의 발표 대부분에서 김 위원장 건강이상을 단정적으로 언급했다. 현 장관은 또 이날 발표에서 북한의 잇단 ‘도발적 행동’의 의도와 관련해 “불확실한 ‘정권의 미래’에 대한 김정일의 걱정이 깊이 연관돼 있음은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이 ‘도발적 행동’에 나서는 내부 요인으로 △김 위원장 건강 △국방위원회 부상 등 정권 내부 변화 △정권의 불확실한 미래 또는 후계문제 등 세 가지를 지목했다. 김연철 한겨레평화연구소장은 “북한의 대외 강경책의 배경으로 북한 내부 요인을 강조한 것은 대북정책을 실패로 이끈 이명박 정부의 무능을 감추고 모든 책임을 북한 탓으로 돌리려는 노림수”라며 “현 장관은 한 사람의 보수적 전문가가 아니라 남북관계를 책임진 통일부 수장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린 듯하다”고 말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3일 공군…4일 육군…5일 해병대
군 ‘언론 노출’ 작전 개시 5일 오후 1시 서해 연평도 해안. 기관총 등으로 무장한 해병대 장병들이 북한군의 기습 상륙 예상 지점의 참호에 배치돼 대상륙 방어 훈련에 한창이다. 연평도는 북한 황해도에서 최단 거리는 불과 몇㎞ 안팎이어서, 북한의 전투기 공습, 해안포·장사정포 사격, 기습 상륙, 특수부대 공중 강습 등에 노출돼 있다. 최근 남북의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자 군 당국은 북한군이 연평도 등을 기습 점령하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날 훈련 장면은 언론에 공개됐다. 군 당국은 지난 3일부터 사흘 연속 공군과 육군, 해병대의 훈련 현장을 언론에 공개하고 있다. 전례를 찾기 어려운 이례적인 현상이다. 군 당국은 최근 불안한 안보 정세를 고려해 ‘철통같은 경계 태세’를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일각에서는 사회 분위기를 안보 국면으로 전환하려는 ‘언론 플레이’란 지적이 일고 있다. 이에 앞서 공군은 3일 대구기지의 최신 전투기인 에프(F)-15케이(K) 훈련 장면을 언론에 공개하고 북한군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등지에서 무력 도발을 할 경우 에프-15케이를 즉각 투입해 정밀 타격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군이 에프-15케이의 비상발진 훈련을 기자들에게 공개한 것은 사실상 처음이어서, 이날 훈련 장면은 신문과 방송에 크게 보도됐다. 또 임충빈 육군참모총장은 4일 북한의 도발 움직임에 따른 군사대비태세를 점검하려고 육군 12사단과 21사단을 방문해 “유사시 현장지휘관이 가용 전투력으로 승리로 작전을 종결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행사도 언론에 공개돼 보도됐다. 군 관계자는 “잇따른 행사 공개는 군의 철저한 대비태세를 국민들께 확인시켜 드리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평소 보안을 강조하던 군이 사흘 연속 훈련 장면을 언론에 공개한 것은 국민들에게 안보 경각심을 고취시키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의심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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