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협의 응할지는 미지수
11일 열리는 남북 당국간 2차 개성 접촉(남쪽은 실무회담으로 부름)에 앞서 통일부는 8일 김영탁 통일부 남북회담본부 상근회담대표 등 남쪽 대표단 10여명의 방북 계획을 북쪽에 통보했다. 통일부는 지난 6일엔 대표단 명단을 북쪽에 보내며 북쪽 명단도 알려줄 것을 요구했으나, 북쪽은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천해성 통일부 대변인은 8일 브리핑에서 “정부는 오늘부터 회담 진행과 관련한 세부 문제를 개성공단관리위원회를 통해 북쪽과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북쪽의 ‘묵묵부답’으로 남북은 이날도 2차 개성 접촉의 의제와 형식 등의 사전 조율에 들어가지 못했다. 남쪽은 2차 접촉에서 드러날 북쪽의 태도를 예상하며 다양한 대응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현대아산 직원 ㅇ씨 문제 해결을 최우선적으로 협의한다는 방침을 분명히 하고 있다. 천 대변인은 “이번 실무회담이 개성공단의 안정적인 발전과 우리 근로자 억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2차 접촉에 나올 북쪽 개성공단 관리책임기관인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이 ‘ㅇ씨 문제는 우리 소관이 아니다’라고 했던 기존 태도를 바꿔 ㅇ씨 문제 협의에 응할지는 미지수다. 그보다는 1차 접촉 때 북쪽이 통보했던 대로 개성공단 관련 계약 조건을 대폭 높여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ㅇ씨 문제는 논의를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북쪽이 계약 주체인 기업이 아닌 당국을 부른 점에 비춰, 출입·체류 합의 등 당국 소관의 개성공단 관련 합의의 무효화를 주장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개성공단 관계자는 “이럴 경우 ㅇ씨를 남북 합의서가 아닌 북한 법에 따라 일방적으로 처리하겠다는 식으로 사태를 악화시킬 가능성도 있지만, 한편으론 ㅇ씨 문제를 본격적으로 거론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ㅇ씨는 현재 정확한 소재가 파악되지 않고 있지만, 개성공단 입주기업과 통일부는 아직 개성지역에 머물고 있을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한 입주기업 관계자는 “북쪽이 처음 ‘출입·체류 합의서’에 따른 조사를 심화하고 있다고 밝힌 뒤 새로 입장을 바꿔 발표한 적이 없다”며 “일방적으로 자국 법을 적용해 평양으로 옮기거나 했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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