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조선중앙텔레비전> 아나운서가 13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대북 제재 결의 1874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한 것과 관련해 북한은 이를 ‘규탄·배격’하며, 우라늄농축작업 착수, 플루토늄 무기화 등의 대응 조처를 취할 것이라는 내용의 ‘외무성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조선중앙텔레비전 촬영 연합
‘우라늄 농축’ 서방국가엔 민감한 사안
기술수준 정확한 정보는 없어
기술수준 정확한 정보는 없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에 반발해 북한이 13일 내놓은 외무성 성명 가운데 ‘우라늄 농축 작업 착수’ 부분에 전문가들은 특히 주목하고 있다. 우라늄 농축이 복잡한 군사·외교·경제적 함의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무기급 고농축우라늄프로그램(UEP) 보유 여부를 둘러싼 북-미간 논란은 2002년 10월 제임스 켈리 미국 대북 특사의 방북을 계기로 ‘2차 북핵위기’의 기폭제 노릇을 했을 정도로 민감한 사안이다.
북한은 외무성 성명에서 “자체의 경수로 건설이 결정된데 따라 핵연료 보장을 위한 우라늄 농축기술 개발이 성과적으로 진행돼 시험단계에 들어섰다”고 주장했다. 일단은 우라늄 농축기술의 군사적 전용 가능성은 언급하지 않은 셈이다.
핵분열이 쉬운 우라늄235를 3%정도 수준으로 농축하면 경제적인 목적의 경수로 발전소 연료가 된다. 하지만 농축을 반복해 우라늄235 함량을 90% 이상으로 끌어올리면 핵무기급 고농축우라늄을 얻을 수 있다. 우라늄 원자폭탄은 플루토늄탄과 달리 핵실험 없이도 바로 실전투입이 가능하다.
농축 시설 은폐도 쉬운 편이다. 우라늄 농축에 사용하는 ‘원심분리기’를 지하 시설에서 분산 운영할 수 있어 첩보위성만으로 발견이 어렵다. 실제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자발적 핵포기 전에 리조트 단지 바로 옆에 농축시설을 운용하며 서방의 감시를 따돌렸다.
북한의 우라늄농축 기술 수준에 대해선 아직 정확한 정보가 없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지난해 3월 의회 보고에서 “우리는 북한이 우라늄을 농축하는 문제에서 어느 정도 진전을 이뤘는지 알지 못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북한이 아직 대량생산 공정까지는 이르지 못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과 관련국 정부의 대체적 추정이다.
북한은 파키스탄을 통해 20여기의 원심분리기를 입수하고, 원심분리기 제조에 쓰일 수 있는 고강도 알루미늄관 150t을 러시아에서 도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방부 당국자는 14일 “핵무기 1기를 만드는 데 필요한 고농축우라늄을 추출하려면 1700여개의 원심분리기를 1년간 가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북한팀장은 “원심분리기 제작을 위해선 고강도 알루미늄뿐 아니라, 고강도 베어링 등 수많은 고기술 부품이 필요하기 때문에 당분간 대량 농축은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한이 우라늄 농축을 ‘경수로의 핵연료’로 사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힌 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미국과 협상에 대비한 ‘협상 목록’으로 읽을 수도 있다. 에너지난에 시달리는 북한은 1994년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 2005년 4차 6자회담 2단계 회의에서 채택된 9·19 공동성명에 경수로 관련 내용을 기어이 포함시켰다.
이용인 권혁철 기자 yyi@hani.co.kr
이용인 권혁철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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