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참총장 서해교전 10돌 기념사
“지난 10년 동안 좌파정권의 햇볕정책 때문에 승리해놓고도 죄지은 사람처럼 말도 못하고…”
15일 오전 경기 평택 해군 2함대 사령부에서 열린 ‘제1연평해전 승전 10주년 기념행사’에서 박정성 예비역 해군 소장이 마이크를 잡고 작심한 듯 내뱉은 말이다. 그는 1999년 6월15일 제1차 서해교전 당시 서해를 책임진 2함대 사령관이었다.
제1차 서해교전은 한국전쟁 이후 발생한 남북간 최초 정규전이었다. 남쪽 해군은 전투 시작 14분 만에 북한군을 완전히 무력화시켰다. 그동안 군 내부에서는 남북화해 분위기에 밀려 한국전쟁 뒤 최대 승전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는 불만이 컸다.
이를 의식한 듯 정옥근 해군참모총장은 이날 기념사를 통해 “제1 연평해전은 첨단 무기체계와 강인한 정신전력, 그리고 완벽한 작전이 조화되어 이룩한 기념비적 승리로 평가하며, 이 해전을 통해 우리 해군은 적에게는 ‘도발하는 곳이 곧 침몰되는 곳’이라는 두려움을 주었다”고 말했다.
이어 정 총장은 “‘제3의 연평해전’도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음을 명심하고, ‘적이 우리의 손 끝 하나를 건드리면 적의 손목을 자르겠다’는 각오로 적과 싸워 반드시 이겨야 한다”고 주문했다.
해군 관계자는 “튼튼한 군사대비태세를 강조해 북한의 도발을 미연에 억제하고, 해군 장병에게 필승의 신념을 주기 위한 발언”이라고 풀이했다. 하지만 이날 일부 기념식 참가자들은 “일촉즉발의 긴장 국면에서 정 총장의 ‘손목 자르기’ 발언은 듣기에 아슬아슬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선 부대의 ‘단호한 대응’이 ‘무모한 확전’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군 수뇌부가 상황 관리를 냉철하게 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평택/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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