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탁 통일부 남북회담본부 상근회담대표(맨 앞 가운데)가 11일 오후 개성공단에서 열린 3차 남북 접촉을 마치고 경기 파주시 군내면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를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도라산/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3차 실무회담 성과
북 육로통행 일부완화 등 추가협상 용의
억류근로자 처리·임대료는 입장 못좁혀
북 육로통행 일부완화 등 추가협상 용의
억류근로자 처리·임대료는 입장 못좁혀
19일 열린 3차 개성접촉(남쪽은 2차 실무회담으로 부름)은 북쪽이 개성공단 폐쇄보다는 유지 쪽에 방점을 두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조심스런 관측을 낳고 있다. 핵심 현안들에서 접점을 찾을 명시적 양보는 내놓지 않았지만, 개성공단의 장래를 위한 추가 실무협상을 이어가겠다는 뜻은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이날 북쪽은 지난 2차 접촉 때의 임금(월 300달러)과 토지임대료(5억달러) 인상 방침을 그대로 다시 들고 나왔다. 김영탁 통일부 상근회담대표는 “북쪽은 최근 한반도 정세에 대한 입장을 표명한 뒤 우선적으로 토지임대료 문제부터 협의하자고 계속 주장했다”고 전했다. 정부 당국자는 “북쪽은 지난 회담 때의 인상 방침을 양보하지 않겠다는 뜻이 분명해 보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쪽은 “기업경영 애로 해소 차원에서 지난해 12월1일부터 시행하고 있는 육로통행 및 체류 제한 조처를 풀어줄 용의가 있다”며 유화적 태도 또한 비쳤다. 김 대표는 ‘북쪽의 전제조건은 없었다’며 “북쪽은 기조발언을 통해 원론적인 수준에서 이야기했고, 이것을 앞으로 토의해야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다른 정부 당국자는 “북쪽이 일단 개성공단 유지 기조 위에서 협상을 해보겠다는 의사 표시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쪽이 토지임대료 인상을 먼저 협의하자며 조건 없는 통행제한 중단 뜻을 내비친 것은 결국 경제적 실리를 위해 이번 접촉에 응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나 북쪽이 지난번과 동일한 조건을 양보 없이 강조한 것은 ‘남쪽이 조건을 못 받겠으면 공단에서 나가도 좋다’는 묵시적 압박을 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북쪽의 의도는 다음달 2일로 잡힌 후속 접촉에서도 기존 방안을 고수할지를 봐야 분명해질 전망이다. 이날 북쪽은 “남측이 ‘확산방지구상’ 전면 참가를 결정하고 이어 (유엔 대북)제재에까지 적극 가담한 데 대해 추궁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은 전했다. 그러나 이를 문제삼아 판 자체를 깨려는 태도를 보이지는 않았다. 통신은 “우리측은 남측이 사태를 더 악화시키는 일을 하지 말며 실무접촉에 성실히 나올 것을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남쪽은 현대아산 직원 ㅇ씨 억류 문제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북쪽은 ㅇ씨 가족의 편지 접수를 거부하면서도 “별일이 없다. ㅇ씨 가족에게 전해달라”며 “출입·체류합의서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출입·체류합의서는 ‘엄중한 위반 행위에 대해서는 쌍방이 합의해 처리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적어도 일방적으로 ㅇ씨를 기소하지는 않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남쪽은 북쪽의 임금·토지임대료 인상 방안에 대해선 기존 계약 및 합의의 안정성을 해쳐선 안 된다며 ‘수용 불가’ 방침을 전달했다. 남쪽은 ㅇ씨 문제와 북쪽의 계약조건 변경이 남쪽 기업들의 불안감을 자극하고 경영난을 가중시켜 공단 발전에 장애를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쪽은 ‘기존 합의와 법규의 준수’와 더불어 △정치군사적 상황에 영향을 받지 않는 경제 기초하의 발전 △국제경쟁력 있는 공단으로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공단 발전 3대 원칙’으로 제시했다. 또 남북 합동으로 제3국 공단을 시찰하자고 제안했으나 북쪽은 즉답을 내놓지 않았다.
김 대표는 “기조발언문은 남쪽이 33페이지, 북쪽이 10페이지 분량이었다”고 말했다. 이번 접촉도 지난번과 같이 남쪽에서 김 대표가, 북쪽에서 박철수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부총국장이 ‘수석대표’ 자격으로 기조발언을 했다. 북쪽은 접촉 하루 전인 18일 오후 북쪽 참가자 명단을 알려오는 등 당국간 회동의 절차를 지켰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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