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실리 택한 협상선회냐
공단폐쇄 위한 명분축적이냐
나긋해진 북…남 의도파악 골머리
공단폐쇄 위한 명분축적이냐
나긋해진 북…남 의도파악 골머리
‘북한, 협상 기조로 돌아섰나? 그렇다면 무엇 때문일까?’ 지난 19일 열린 남북 당국 사이 3차 개성접촉 결과가 불러일으키는 궁금증들이다.
이날 접촉은 뚜렷한 성과 없이 끝났다. 그러나 협상의 판 자체는 깨지지 않았다. 북쪽은 특히 예상 밖의 ‘유연’한 태도까지 비쳤다. 북쪽은 이날 “개성공업지구 사업을 위해 남쪽 기업들의 기업경영상 애로들을 가능한껏 풀어줄 용의를 표시”했다고 <조선중앙티브이>가 전했다. 북쪽이 육로통행 제한 조처를 풀어줄 수 있다고 했다는 남쪽 대표단의 전언을 사실상 확인해준 것이다. 지난 16일 열린 한-미 정상회담의 대북 강경 발언을 문제 삼아 개성공단 폐쇄를 ‘겁박’하는 강공을 펼칠 수 있다는 일부 전망을 비켜간 셈이다.
북쪽이 이런 태도를 취한 배경을 두고는 몇 가지 분석이 가능하다.
우선 대외적 측면이다. 북쪽은 장거리 로켓 발사와 2차 핵실험 등으로 ‘통미봉남’을 기대했던 미국과 강경대치가 이어지는 가운데 우방 중국과도 불편한 상황이다. 그나마 대남관계의 마지막 끈인 개성공단마저 중단하는 것은 전략적으로 유리할 게 없다는 판단을 했을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경제적으로도 북쪽은 국제제재 실행으로 외화를 벌 통로가 제약되는 상황이다. 매년 3000만~4000만달러를 벌어들일 수 있는 안정적 달러박스를 유지할 필요성이 커진 셈이다.
내부적으로도 공단을 닫으면 3만9000여 노동자와 그 가족 등 10만여명의 생계를 따로 책임져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개성 지역의 경제적 불안을 방치하면 2012년을 목표로 한 강성대국 건설에도 역효과를 낼 수 있다.
대남 측면도 고려 요소다. 개성공단 관계자는 21일 “북쪽도 개성공단을 끊고 직접 무력대치 상태로 가기보다 공단을 유지하며 계속 흔들어야 대남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다”며 “개성공단 기업들이 남한 정부의 정책 변화를 압박하도록 활용하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개성공단이 남쪽과의 무력충돌 국면에서 유리한 카드가 될 수 있다는 점도 거론된다.
그러나 이런 분석은 북쪽이 협상기조로 돌아섰다는 점이 분명히 확인될 때라야 의미를 지닌다. <조선중앙티브이>는 임금·토지임대료와 관련해 “우리가 제시한 기준은 결코 무리한 것이 아니며 남측이 얼마든지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쪽이 기존의 인상 방안을 계속 고수하면, ‘수용불가’를 천명한 남쪽과의 절충은 불가능해진다. 정부 당국자는 “남쪽이 먼저 짐 싸고 나가도록 책임을 떠넘기려고 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일단은 북쪽도 실리를 위해 협상을 하려고 한다는 가정 아래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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