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당국자 “미, 북핵-평화협정 등 포괄협상 전략”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1874호 채택 이후 미국의 대북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미군은 북한 선박 강남호에 대량파괴무기(WMD)가 실려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공해상에서 일주일째 추적을 계속하고 있다. 미 재무부도 지난 18일 북한이 금융제재를 피하기 위해 다양한 속임수를 동원해 ‘현금거래’를 할 가능성이 높다며 국내 및 국외 금융기관들에 주의보를 내렸다. 미국의 대북 정책 좌표는 어디쯤 있는 것일까.
최근 한-미 정상회담 등을 계기로 미 행정부 관료들을 만나고 온 정부 당국자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한반도 정책을 책임질 인선이 마무리되지 않은 탓에 미국 안에서 정리된 ‘대북 정책 전망’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고 한다. 다만,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와 2차 핵실험 등 현안 대응 과정에서 일정한 대북 정책 흐름은 나타나고 있다고 이들은 전했다.
일단, 미 정부는 안보리 결의에 기반한 국제적인 대북 제재에 주력하고 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25일 “안보리 결의 이행이 초점이고, 그게 미진하면 양자 제재를 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아직 양자 제재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적은 편”이라고 전했다. 국제적인 제재라는 모양새를 갖춰야 독자 제재에 따른 위험 부담을 분산시키고, 제재의 효력을 높일 수 있으며, 부시 행정부 때 쏟아졌던 ‘일방주의적 밀어붙이기’라는 비난을 피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제재 국면은 꽤 오래 지속될 것으로 정부 당국자들은 내다봤다. 한-미 정상회담 준비에 참여했던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대화 제의를 할 때까지는 미국이 먼저 손을 내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해 식량·에너지 지원 등과 같은 별도의 ‘인센티브’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것이 미 정부의 방침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한-미 당국이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제재에서 협상 국면으로 전환될 시기를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제재 국면을 거쳐 북-미 간 협상 테이블이 마련되면 오바마 행정부는 부시2기 때처럼 ‘행동 대 행동’과 같은 점진적 주고받기를 하지 않고, 모든 ‘북한 문제’를 한꺼번에 협상 의제로 삼는 ‘포괄적 협상’ 전략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미 관계 정상화, 평화협정,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를 한꺼번에 올려놓고 협상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단계적 주고받기를 할 경우 북한이 협상 결과를 깨고, 언제든 원점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불신이 깔려 있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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