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에 배포되자 “남북관계 복원 악영향” 지적
통일부가 최근 발간한 <2009 통일교육지침서>가 북한의 정치체제에 대해 ‘퇴행적인 체제적 특이성을 갖고 있다’고 기술하는 등 이전보다 직설적이고 보수적인 색채를 드러냈다. 하지만 지난해 판에 들어있던 ‘평화의식 함양과 상호존중의 자세 확립’ 조항이 빠지는 등 대화 상대로서 북한을 바라보는 기술은 축소돼, 냉전시대의 편향적 대북관을 일방적으로 강조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통일부 산하 통일교육원이 지난달 30일 발간해 일선 초·중·고교에 배포한 통일교육지침서는 학교 통일교육의 과제로 ‘통일문제에 대한 관심 제고’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확신 및 민주시민의식 함양’ ‘민족공동체 의식 함양’ ‘국가안보의 중요성 인식’ ‘북한에 대한 올바른 이해’ 등을 적시했다.
지난해 발간된 <2008 통일교육지침서>의 6가지 과제 가운데 ‘평화의식 함양과 상호존중의 자세 확립’은 삭제됐다. 지난해 지침서는 ‘평화의식 함양과 상호존중의 자세 확립’을 교육과제로 제시하며 “남북간 체제 경쟁과 대립은 민족화해와 통합에 걸림돌이 돼왔다”며 “통일은 우리 사회 내부의 합의 형성과 남북간 화해협력을 통한 신뢰구축을 기반으로 평화적으로 이뤄야 한다”고 기술한 바 있다.
새 지침서는 특히 북한 체제에 대해 “김일성-김정일의 절대권력과 주체사상에 의해 지배되는 독특성을 갖고 있다”고 한 종전 기술을 “김일성-김정일의 절대권력과 주체사상에 지배되는 퇴행적인 체제적 특이성을 갖고 있다”로 수정했다. 새 지침서는 통일교육 방법론에서도 “이념적 편향성이 강하게 드러나는 북한 및 통일관련 자료들이 있는 사이트의 접근을 제한하거나 충분한 사전 설명을 하도록” 교사들에게 권고했다.
새 지침서가 남북기본합의서 이래 정립돼온 ‘상호 체제에 대한 존중’ 원칙을 벗어나 북한 체제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담은 것은 ‘자유민주주의 체제로의 통일’ 원칙을 강조해온 이명박 대통령의 보수적인 대북 기조가 반영된 변화로 풀이된다. 김연철 한겨레평화연구소장은 22일 “노태우 정부 이래 모든 정부가 표방해온 평화적 통일교육의 기본원칙을 특정 이념세력에 경도돼 뒤흔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태도는 ‘흡수통일’에 대한 북한의 공포감을 자극해 남북관계 복원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현준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는 앞으로도 북한과 대화를 해야 한다”며 “최소한 실제 대북 정책에선 대화 상대를 인정하는 태도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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