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땐 뒷돈…10·4는 무책임…지원금은 핵무기 생산에”
‘민간경협=국고지원’ 명백한 허위사실도
‘민간경협=국고지원’ 명백한 허위사실도
헌법상의 대통령 자문기관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가 사실관계를 왜곡해 6·15와 10·4선언 등 김대중-노무현 정부 대북정책의 성과를 일방적으로 깎아내리고 비난하는 내용의 책자를 펴낸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통일에 관한 범국민적 합의조성’과 ‘지역과 계층, 정파와 세대를 초월한 다양한 계층의 참여’라는 민주평통의 지향점을 벗어나 편향된 정파색을 드러낸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민주평통은 지난 1일 제14기 출범식에 맞춰 <이명박 정부 대북정책 바로알기>라는 교육용 책자를 펴내 1만6000여 자문위원들에게 배포했다.
이 책자는 6·15선언에 대해 “5억달러 내외의 엄청난 뒷돈을 주고 성사된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것으로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돼 있다”며 “북한의 통일방안인 고려연방제를 일부 수용,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훼손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10·4선언에 대해서도 “최소 14조원 이상의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경협 관련 사항으로, 그 이행을 차기 정부에 떠넘겨 국민들에게 엄청난 부담을 안겨준 무책임한 합의”라고 비난했다.
이 책자는 특히 ‘지난 10년간 대북지원의 총규모는?’이라는 항목의 글에서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는 북한에 약 70억달러(9조5천억원)를 지원했다”며 “김대중 정부에서는 현금 13억3천만달러, 현물 11억6천만달러 등 24억9천만달러를, 노무현 정부에서는 현금 15억7천만달러, 현물 29억달러 등 44억7천만달러를 지원했다”고 주장했다.
책자는 아무런 구체적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북한에 지원된 많은 식량이 군량미로 전용됐고, 현금 역시 미사일·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를 만드는 데 쓰였다”고 단정적 주장을 펼쳤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전임 정부 때리기’를 위해 국가기관이 나서 사실관계를 왜곡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책자가 제시한 대북지원 현금 29억달러의 83%(23억8천만달러)는 상업적 교역과 금강산·개성관광 대금, 개성공단 임금 등 민간경협을 통해 북쪽에 전달된 것이다. 나머지 4억8천만달러도 거의가 민간단체의 사회문화교류기금으로 전달됐다. 정부 차원의 대북 현금지원은 2006년 이산가족 화상상봉 장비설치를 위해 이뤄진 40만달러가 유일하다.
하지만 책자는 70억달러라고 쓰인 돈다발을 세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보며 남쪽 사람들이 ‘내가 낸 세금인데…’라며 화를 내는 모습의 만평까지 실어, 대북지원이 모두 국고로 이뤄진 것처럼 묘사하고 있다.
더욱이 책자는 이명박 정부에서도 북쪽에 현금이 전달되고 있는 사실은 외면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첫해인 지난해 북쪽과의 상업적 교역을 통해 건네진 현금(교역 적자액)만 4억4천만달러라고 통일부는 밝혔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이 정부 주장대로라면 이 돈이 올해 북한의 미사일·핵실험에 쓰였다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신은숙 민주평통 대변인은 이 책자에 대해 “전임 정부의 공과를 함께 알리기 위해 신임 자문위원 교육용으로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민주평통이 왜곡된 자료와 만평까지 실어 전임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방하는 것은 스스로 존재 의의를 부인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신은숙 민주평통 대변인은 이 책자에 대해 “전임 정부의 공과를 함께 알리기 위해 신임 자문위원 교육용으로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민주평통이 왜곡된 자료와 만평까지 실어 전임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방하는 것은 스스로 존재 의의를 부인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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