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F·유엔대사 이어 외무성도 ‘대화’ 언급
북한이 미국에 북-미 양자대화를 촉구하는 발언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북한은 27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내어 “우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도와 방식은 당사자인 우리가 제일 잘 알게 돼 있다”며 “현 상태를 해결할 수 있는 대화방식은 따로 있다”고 밝혔다. 대변인은 “자주권과 존엄을 생명처럼 여기는 우리를 남들이 6자회담에 나오라고 하면 나가고 나오지 말라고 하면 안 나가는 그런 나라로 보려는 것부터가 어리석고 어처구니없는 일”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이는 6자회담 불참이라는 기존 방침을 재확인하는 동시에, 북-미 양자대화를 간접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3일 타이 푸껫에서 열린 아세안지역포럼(ARF)에 참석한 북한 대표단은 기자회견에서 “절대 대화를 반대하지 않는다”고 강조했고, 다음날인 24일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의 신석호 대사도 미국을 향해 “공동 관심사에 대한 어떤 협상도 반대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의 최근 발언들을 보면, 북한은 미국 여성 언론인 2명의 석방 협상을 고리로 북-미 양자대화를 미국에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 고위 소식통은 ‘북한이 여성 언론인 석방의 조건으로 미국 쪽의 사과와 정치 대화(북-미 직접대화)를 요구했느냐’는 질문에 “북한은 아무래도 정치 대화와 연결시키려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여성 언론인의 ‘불법행위’에 대한 사과 부분에 대해서는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이미 “북한에 사면을 요청한다”고 밝혀, 매듭을 지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치 대화’ 부분에 대해 클린턴 국무장관은 26일(현지시각) <엔비시>(NBC) 방송의 ‘미트 더 프레스’ 프로그램과 한 인터뷰에서 “핵문제와는 별개로 다뤄져야 한다”며 기존 원칙을 확인했다. 이 부분에 대해 북-미 사이에 접점이 형성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정부 고위 소식통은 미국 여성 언론인 석방 문제에 대해 ‘7~8부 능선은 갔느냐’는 질문에 “그런 것 같다. 미국이 열심히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성 언론인 석방과 이를 매개로 한 북-미 대화 성사를 둘러싼 나머지 20~30%의 힘겨루기는, 결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어떤 위상과 권한을 지닌 인물을 언제 북한에 보낼 것인가 하는 문제로 귀결될 것으로 보인다.
이용인 기자, 워싱턴/권태호 특파원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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