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억류됐다 석방된 한국계 미국 여기자 유나 리가 5일(현지시각) 캘리포니아에 도착해 남편·딸과 함께 차를 타고 집으로 가고 있다. 캘리포니아/ AP 연합
김 위원장 건강 등 따끈한 정보 보따리 불구
방북팀·여기자, 북 공개언급 삼가며 ‘정중동’
방북팀·여기자, 북 공개언급 삼가며 ‘정중동’
5일(현지시각)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화려한 귀환’ 이후, 미국 당국과 관련 인사들은 말 그대로 ‘정중동’의 움직임을 보였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이날 귀환 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갖고, 곧 오바마 대통령을 만나 방북 결과를 보고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면담 시기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앞서 클린턴 전 대통령 일행이 도착한 로스앤젤레스 공항에는 커트 통 미 국무부 한국과장이 나간 것으로 확인돼, 대통령 면담 전에 이미 1차 방북결과 보고가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미 정보당국과 의회는 논란이 됐던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건강상태에 대해서도 정보를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이날 “클린턴 전 대통령은 김정일이 심장병과 다른 건강상의 문제를 일으킨 뒤 그를 직접 본 최초의 서양인”이라며 “흥미로운 정보를 갖고 있을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방북팀에는 클린턴의 주치의인 로저 밴드 박사도 동행했다.
그러나 이런 긴밀한 흐름과는 달리, 미 행정부와 방북팀은 표면적으론 최대한 말을 아끼고 있다. 달변에 다변인 클린턴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로스앤젤레스 공항에 여기자들을 데리고 도착한 뒤, 기자회견장에 참석했지만 뒷자리에 서 있을 뿐 아무 말이 없었다. 방북팀도 마찬가지다. 여기자 두 명도 기자회견 뒤, 집에서 가족과 지내며 언론 접촉을 최대한 피했다. 이는 방북 결과보고를 토대로 일치된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 경우, 민감한 시기에 혼선을 더할 우려가 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클린턴 전 대통령 일행과 여기자들을 태우고 귀환한 비행기는 할리우드 영화제작자인 스티븐 빙(44)의 소유로 확인됐다고 <에이피>(AP) 통신이 보도했다. 스티븐 빙은 민주당의 오랜 후원자로, 지난해 미국 민주당 대선 예비선거에 나선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게 10만달러 이상의 선거자금을 모아줬고, 클린턴 재단에도 1000만~2500만달러를 기부하는 등 클린턴 부부와 친밀한 사이다. 또 미국 최대 화학업체인 다우케미컬도 이번 방북 활동을 위해 별도의 항공기를 내준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데 이 항공기는 여기자들이 귀환할 때 쓰이지 않고 다른 부분에 활용된 것으로 전해질 뿐, 로스앤젤레스 공항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아 용도를 놓고 추측이 무성한 상태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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