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가운데) 일행이 10일 개성을 거쳐 평양에 도착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뒤쪽의 배경에 비춰 볼 때, 이 사진은 백화원 영빈관에서 촬영된 것으로 보인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
현정은 회장 방북 이틀째
‘방북일정 연장, 극적효과 위한 북 연출’ 가능성
정부, 억류자 석방대비 점검…‘북 메시지’도 촉각
‘방북일정 연장, 극적효과 위한 북 연출’ 가능성
정부, 억류자 석방대비 점검…‘북 메시지’도 촉각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11일 평양 방문 이틀째를 보냈다. 현 회장의 방북 이후 구체적 동선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현 회장은 이날 애초 12일까지로 잡았던 방북 일정을 하루 연장했다. 북쪽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면담 일정을 12일로 통보한 데 따른 것이라고 한 대북 소식통은 전했다.
11일 이뤄질 것으로 기대됐던 김 위원장 면담이 예상보다 하루 늦춰진 것을 두곤 극적 효과를 높이기 위한 북쪽의 의도된 연출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김 위원장의 일정에 갑자기 변동이 생겼거나, 면담 이전에 완료돼야 할 실무적 협의가 길어졌을 가능성도 있다. 이날 현 회장은 전날 개성까지 나와 그를 맞이한 리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 등 북쪽 관계자들과 억류된 현대아산 직원 ㅇ씨 문제와 금강산·개성관광 등 현안을 논의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김 위원장 면담 때 제기할 과제를 다듬었을 터이다.
일부에선 북쪽이 평양을 찾은 현 회장을 위한 ‘선물’로 ㅇ씨 석방과 더불어 개성관광 재개를 내놓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금강산관광은 지난해 7월 금강산관광객 피격사망 사건 직후 남쪽 당국이 중단시킨 반면, 개성관광은 지난해 북쪽이 개성공단 통행을 제한하는 ‘12·1 조처’를 내놓으며 중단됐다. 북쪽이 중단시킨 것인 만큼 북쪽이 결심하면 풀 수 있는 문제다. ‘진상 조사와 재발 방지’가 조건으로 걸려 있는 금강산관광보다 북쪽이 움직이기에 더 쉽다는 것이다.
한 대북 경협 관계자는 “그동안 남쪽의 진상 조사 요구를 거부해 온 북쪽으로선 체면을 구기지 않으면서 현대아산을 돕는다는 명분도 살리고 남북관계에 긍정적 신호를 보내는 방안으로 금강산관광보다는 개성관광 재개를 우선적으로 고려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통일부는 이날 현 회장의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한편 ㅇ씨 석방에 대비한 실무 준비를 벌였다. 홍양호 통일부 차관은 10일 오후 도라산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를 찾아 ㅇ씨 석방에 따른 현장 업무 준비상황을 점검하고 직원들을 격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출입사무소 쪽의 준비 상황이 11일 현장에 나가 있던 일부 기자들에게 포착되면서, 이날 한때 ‘ㅇ씨 석방이 임박했다’는 한 방송사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통일부와 현대아산 모두 곧바로 “현재로선 특별한 움직임이 없다”고 부인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쪽이 그동안 ㅇ씨를 조사하고 있다고 해 온 만큼, ㅇ씨를 석방할 경우 조사를 마무리하고 추방하는 방식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현 회장이 김 위원장을 만나 전달하게 될 남쪽 정부의 메시지가 무엇일지도 관심사지만, 당국자들은 일단 ‘별도의 메시지를 건넨 것은 없다’고 부인했다. 통일부는 10일 ‘현 회장 방북은 사업자 차원의 일’이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한 당국자는 “정부 차원의 특별한 메시지 전달보다는 북쪽이 현 회장을 통해 전달해 올 메시지가 뭔지가 더 관심거리”라고 말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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