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국·일본의 지식인 110명이 20일 오전 서울 태평로 한국언론회관에서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전을 위한 지식인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상근 목사, 임동원 한겨레통일문화재단 이사장,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에드워드 베이커 하버드대 하버드옌칭연구소 기획위원, 임채정 전 국회의장, 이선종 원불교 서울교구장.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백낙청·베이커·와다 하루키 등
‘동북아 평화와 안전’ 공동성명
‘동북아 평화와 안전’ 공동성명
한국, 미국, 일본의 이름난 지식인 110명이 20일 ‘동북아의 평화와 안전을 위하여’란 제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북한의 핵실험과 유엔 제재 등이 동북아 위기를 가중시키는 ‘강경 대응의 악순환’을 막기 위해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북-미 대립을 해소할 근본적 방도를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와다 하루키 일본 도쿄대 명예교수, 에드워드 베이커 미국 하버드대 하버드옌칭연구소 기획위원 등 공동성명 참가자들은 20일 오전 서울 태평로 한국언론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근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방북을 기회로 삼아 동북아시아 위기를 대화와 타협으로 대처할 것을 호소하며 이렇게 주장했다.
이들은 오바마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에게 “미국과 북한은 공식 특사 파견을 포함해 공개와 비공개, 양자와 다자 등 형식에 구애받지 말고 즉각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며 “첫 단계로 상호 주권의 존중을 선언함과 동시에 2000년의 북-미 공동 코뮈니케를 양국간 대화의 기준으로 수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중지시키기 위해 미국, 러시아, 중국 등 동북아시아의 핵보유국들이 스스로 핵군축에 나서고 대량파괴무기(WMD)뿐 아니라 재래식 무기까지 포함해 ‘동북아 군축회의’ 개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한국 정부에 대해선 지난 정부 때의 남북 정상간 합의를 존중하라고 제언했다.
한편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를 애도하고 6·15 공동선언의 뜻을 되새겼다. 공동성명 제안자 중 한 명인 와다 하루키 명예교수는 “이날 공동성명 발표는 2000년 남북 정상회담이 연 동북아의 새로운 시대를 후퇴시키는 일은 있을 수 없다는 의지의 표명이며, 김대중 선생의 유지를 이어가는 것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 성명에는 한국 44명, 미국 30명, 일본 30명 등 모두 110명의 지식인이 이름을 올렸다. 한국에서는 임동원 한겨레통일문화재단 이사장, 강만길 고려대 명예교수,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고은 시인, 신경림 시인 등이 참가했다. 미국에서는 노엄 촘스키 엠아이티(MIT)대 언어학 명예교수와 세계체제론을 주창한 이매뉴얼 월러스틴 예일대 특별선임연구교수 등이, 일본에서는 1994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오에 겐자부로,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 저명한 문학평론가이자 사상가인 가라타니 고진 등이 참여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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