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30년 발사체 경쟁
군사적 대결 성격 짙어
군사적 대결 성격 짙어
미국 국무부는 지난 19일 나로호 발사를 앞두고 “한국 정부는 비확산과 관련한 많은 국제협약의 당사국으로서 책임 있는 태도로 우주발사체 개발 프로그램을 추진해왔다“며 “국제협약을 준수하지 않은 북한의 경우와 두드러진 차이가 있다”는 설명을 내놓았다. 이를테면 한국은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에 가입해 ‘사거리 300㎞, 탄두 중량 500㎏’ 이상 탄도미사일을 만들지 않는 등 대량살상무기 비확산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달리 지난 4월 북한이 ‘은하 2호’ 발사체를 이용해 시험통신위성 ‘광명성 2호’를 발사한 데 대해서는, 유엔 차원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로 규정해 제재에 나서고 있다.
미국의 처지에서는 은하 2호가 위성발사체라 하더라도, 북한이 미국 본토까지 닿을 미사일 개발 능력을 지니기 때문에 심각한 안보 위협이다. 미국이 남·북한 발사체를 다르게 보는 것은 북한의 ‘의도’를 불신하기 때문이다.
사실 북한만이 아니라 미국, 러시아, 중국, 남한 등 거의 모든 나라의 우주발사체 기술은 그 뿌리를 탄도미사일에 두고 있다. 특히 지난 30년 동안 남·북한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벌여온 발사체 개발 경쟁에는 기본적으로 군사 대결 성격도 강하게 스며들어 있다.
북한은 1980년대 중반에 옛소련의 스커드 모델을 복제·개량한 사거리 300㎞인 스커드-비(B), 사거리 500㎞인 스커드-시(C)를 생산했다. 북한은 93년 사거리 1300㎞인 노동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노동미사일은 98년 발사된 장거리 로켓(대포동1호)의 1단계 로켓으로 활용된다. 북한은 1998년 8월31일, 20006년 7월5일, 2009년 4월5일엔 장거리 로켓을 발사해 다단 로켓 기술을 확보했다.
남한은 80년대 중반 들어 지대지 미사일 개발 과정에서 처음으로 우주개발 프로그램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93년과 98년 고체연료 과학로켓 2기(KSR-Ⅰ, Ⅱ)를 개발했으며, 2002년 액체연료 과학로켓(KSR-Ⅲ)을 처음 개발했다. 첫 인공위성으론 우리별 1호를 92년 8월 개발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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