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십자회담 남쪽 수석대표인 김영철 대한적십자사 사무총장(왼쪽)과 북쪽 수석대표인 최성익 조선적십자회 부위원장이 26일 오후 금간산호텔에서 만나 반갑게 악수하고 있다.금강산/사진공동취재단
상봉시기 ‘추석 전후’-‘추석 이후’ 접근 가능성
남쪽, 납북자·국군포로 문제해결 필요성도 제기
남쪽, 납북자·국군포로 문제해결 필요성도 제기
26일 금강산에서 막을 올린 남북 적십자회담의 핵심 의제는 오는 10월3일 추석에 즈음한 이산가족 상봉 실현이다. 남과 북이 모두 상봉 재개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어 특별한 논란이 예상되진 않는다.
북쪽은 지난 10~17일 방북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금강산에서의 이산가족 상봉행사 개최를 먼저 합의한 바 있다. 이를 위한 실무협의를 하자는 남쪽 대한적십자사의 회담 제의도 수정 없이 받아들였다. 남쪽 역시 이명박 정부 들어 한 번도 이뤄지지 못한 이산가족 대면 상봉을 이뤄내야 할 절박성이 있다. 한 정부 당국자는 “이산가족 상봉 자체는 합의에 별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남북 사이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치른 경험도 이미 여러 차례 있다. 행사 전례가 있는 만큼 상봉 시기나 규모 등을 확정하는 문제도 어려울 것은 없다. 실제 남북이 이날 1차 전체회의 기조발언을 통해 제시한 방안은 상봉 시기만 약간 다를 뿐, 규모는 양쪽 다 남과 북 각각 100가족씩으로 차이가 없다.
상봉 장소는 서로 속셈이 갈릴 경우 절충에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남쪽은 지난해 7월 완공된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를 단체상봉에 활용하자는 쪽이다. 반면 북쪽에선 면회소는 완공됐지만 실제 사용해 본 적이 없는 만큼, 금강산호텔 등 당장에라도 쓸 수 있는 금강산 관광 시설을 활용하자고 나왔다. 면회소는 완공식만 했지, 남북관계 경색 속에 1년여 동안 ‘빈집’으로 남아 집기와 통신시설 등이 전혀 갖춰지지 않은 상태다. 통일부 관계자는 “북쪽이 이산가족 상봉을 금강산 관광 재개와 연계하기 위한 방안으로 관광시설을 쓰자고 주장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양쪽이 이번 회담에서 추석 이산가족 상봉 협의를 넘어 더 높은 차원의 의제를 협의하자고 나설 가능성도 있다. 남쪽은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와 납북자와 국군포로 문제 해결 등의 필요성을 이날 제기했다. 다만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었다가 북쪽에 억류된 연안800호 문제는 복원된 판문점 적십자 직통전화를 통해 협의하기로 한 만큼, 이번 회담에서 별도로 제기하진 않는다.
북쪽은 쌀·비료 등 인도적 대북지원 재개나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 쌀·비료 지원은 그동안 장관급회담이나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에서 논의돼 왔지만, 장기간 고위급 대화가 끊긴 상황에서 북쪽이 인도적 현안을 논의하는 적십자회담을 통해 운을 띄워보려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쪽은 이날 기조발언에선 추석 상봉 이외의 현안을 거론하지 않았지만, 이후 회담 과정에서 이를 제기하거나 추석 상봉과 연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상봉 행사와 관련한 실무적 조율과는 별개로, 합의서 문구 작성 과정에서 양쪽의 근본적 견해차가 불거질 수도 있다. 과거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협의한 적십자회담에선 모두 합의서에 “6·15 공동정신에 따라”, “우리 민족끼리 정신에 따라” 등의 문구가 담겼다. 이런 문구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여온 이명박 정부와 이를 줄곧 강조해온 북쪽 사이 조율과 절충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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