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적십자회담 남쪽 수석대표인 김영철 대한적십자사 사무총장(왼쪽)과 북쪽 수석대표인 최성익 조선적십자사 중앙위 부위원장이 28일 오후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종결회의에서 합의문을 교환하고 있다. 금강산/사진공동취재단
“생사확인이라도 해달라”
이산가족 상봉은 ‘시간과의 싸움’으로 불린다. 나이가 많은 이산가족의 특성상 해마다 4천명 안팎이 고향에 두고 온 혈육을 그리워하다 세상을 떠나기 때문이다.
1988년부터 지난달 말까지 통일부 이산가족정보통합센터에 등록된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 12만7408명 가운데 3만9822명(31%)이 이미 사망했다. 게다가 고령자가 많은 탓에 상봉을 기다리다 숨지는 이산가족 숫자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2004년엔 3570명이 숨졌으나 2007년엔 4304명, 지난해엔 5626명으로 사망자가 늘고 있다.
실제 상봉을 기다리는 이산가족 생존자 8만7586명의 연령대를 보면, 문제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90살 이상이 4.8%, 80~89살 33%, 70~79살 38.3%, 60~69살 15.1%, 59살 이하 8.8%로, 일흔 이상이 전체의 76.1%를 차지한다. 정부 관계자는 “남북 모두 일흔이 넘은 이산가족 비율이 높고 특히 북쪽은 식량 사정이나 의료 형편이 나빠 고령자의 생존 가능성이 낮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규모 상봉이 없는 한, 이들이 살아있을 때 ‘한’을 풀어주기가 쉽지 않음을 알 수 있다.
28일 이산가족 상봉 재개 소식이 전해지자 대한적십자사와 이북5도청 등에는 이산가족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전쟁 때 황해도 연백군에 어머니와 동생들을 두고 온 이동호(79)씨는 “추석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다시 하기로 합의한 것은 너무나 반갑지만, 상봉규모가 너무 작다”며 “당장 상봉 기회 확대가 어렵다면 생사확인이나 편지 교환이라도 이뤄져야 한다”며 안타까워했다. 이번에도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 8만7586명 가운데 100명만 북쪽의 가족을 만날 수 있기 때문에 상봉 후보자로 당첨되는 것은 ‘로또’에 가깝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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