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엔 이틀뒤 답신…재발방지 약속은 ‘진전’
긴장 지속 원치 않는다는 표시…정부 “해명 미흡”
긴장 지속 원치 않는다는 표시…정부 “해명 미흡”
북한이 임진강 야영객 실종 사태와 관련해 사고 발생 하루 만에 이례적으로 발빠르게 반응했다. 북쪽은 7일 오전 11시 사고 경위 설명과 재발 방지를 촉구하는 남쪽 국토해양부 장관 명의의 대북 통지문을 전달받고, 6시간 만에 ‘북쪽 관계기관’ 명의로 답신을 보냈다.
북쪽의 신속한 답신은 일단 남쪽과 불필요한 긴장관계를 길게 끌고 가지 않겠다는 의사 표시로 풀이된다. 앞서 북쪽은 2005년 9월2일 임진강 상류 ‘4월5일 댐’의 예고 없는 방류로 남쪽에 수재가 발생한 사건과 관련해선, 6일 남쪽의 대북 통지문을 받은 지 이틀 뒤에야 답신을 보낸 바 있다.
내용적으로도 이번 답신은 재발 방지를 위한 사전통보 조처를 약속하는 등 한 걸음 더 나아갔다. 북쪽은 당시 답신에선 “폭우에 의한 자연적인 방류였다”며 “임진강 상류에 있는 댐들은 모두 물이 차면 자연 방류되는 댐들이기 때문에 방류 계획을 통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북쪽은 이번에 왜 북쪽 댐의 수위가 높아졌는지에 대해선 별다른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이에 따라 북쪽의 방류가 무엇 때문인지도 분명하게 규명되지 않고 있다. 다만 국방부는 북쪽의 ‘수공’ 징후는 찾아내지 못했다고 밝혔다. 황진하 한나라당 제2정조위원장은 지난 2월에 완공된 북쪽이 황강댐 보수와 정비, 또는 가동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댐의 물을 갑자기 비워야 했을 가능성도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북쪽은 또 이날 답신에서 남쪽의 인명 피해에 대해서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정부는 북쪽의 해명이 미흡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북쪽이 추후 댐 방류를 할 땐 사전통보를 하겠다고 약속한 점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북쪽의 의도를 계속 추궁하고 사과를 요구하는 등 갈등을 이어가기보다는 재발 방지를 위한 장치 마련 등에 주력할 방침이다.
임진강이나 북한강같이 남북에 걸쳐 있는 공유 하천의 물난리를 막으려면 남과 북의 체계적 공동 관리가 필요하지만, 현재 남북 사이엔 관련 합의나 수해 방지 통보 시스템이 없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뒤 몇 차례 이어지던 임진강 수해 방지 협의는 이명박 정부 출범 뒤 논의조차 끊겼다.
남북은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 채택 뒤인 같은 해 9월 평양에서 열린 2차 장관급 회담에서 “조속한 시일 내에 임진강 수해방지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한다”고 합의했다. 이후 임진강 수해방지 문제는 남북경제협력추진위(경추위)에서 논의됐고, 2001년 1월 경추위는 산하에 임진강 수해방지 실무협의회를 꾸렸다. 그러나 북쪽은 임진강 유역 등이 군부 관할임을 내세워 군사적 보장의 필요성을 거론하며 후속 논의를 피했고, 남북은 방류량 관리 및 사전통보 등 구체적이고 제도적인 합의를 마련하지 못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이번 일을 계기 삼아 임진강 수해 방지를 위한 남북간 제도적 합의를 빨리 도출해야 한다”며 “임진강 수해 방지 문제를 놓고 남북 당국 대화의 실질적 재개를 기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손원제 권혁철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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