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
6자회담 전에 북-미 양자대화 가능성 비쳐
북-일·북-중 대화 병행 6자 재개 촉진 예상
북-일·북-중 대화 병행 6자 재개 촉진 예상
미국 정부가 스티븐 보즈워스(사진)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6자 회담 관련국들 순방 협의 결과를 바탕으로 보즈워스 대표의 방북 문제 등에 대한 본격적인 검토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과 한국을 거쳐 일본을 방문한 보즈워스 대표는 지난 8일 워싱턴으로 출국하기에 앞서 “북한의 (보즈워스 대표) 초청에 어떻게 응답할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며 “앞으로 몇주 동안 워싱턴에서 이(방북) 문제를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달 말에서 다음달 초 사이에 보즈워스 대표의 방북 여부와 시기, 방북 때 협의 내용 등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그동안 보즈워스의 방북을 북-미 양자 대화의 시작으로 보고 “너무 이르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여왔다.
이와 관련해 미국을 비롯한 6자 회담 관련국이 북-미 대화의 전제로 내세운 ‘조건’이 미세하게 완화되는 듯한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한국 정부의 핵심 당국자는 9일 “6자 회담 틀 안에서 미-북 양자 대화가 이뤄져야 한다”면서도 “북한 비핵화를 위해 6자회담 과정을 촉진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미-북 대화를 가질 수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미국은 “북한이 6자 회담에 돌아오겠다고 ‘동의하면’ 북한과 마주 앉을 수 있다”고 밝혀왔다. 이번 한국 정부 당국자의 ‘6자 회담 촉진을 위한 북-미 양자대화’ 발언은 6자 회담 재개에 앞서 북-미 양자 대화가 가능할 수 있다는 뉘앙스를 담고 있어, 북-미 대화의 문턱을 좀 더 낮춘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아울러 이 당국자가 6자 회담 촉진을 목표로 하는 양자 대화는 “미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밝힌 대목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이는 일본 민주당 정부의 출범에 따른 북-일 접촉 가능성, 10월6일 북-중 수교 60돌을 전후로 이뤄질 수 있는 북-중 접촉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6자 회담 관련국들이 북한과 다각적인 양자대화를 통해 북한을 6자 회담으로 끌어들이는 노력을 기울이고, 북-미 대화도 이런 시도의 하나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취지로 풀이할 수 있다. 이럴 경우 미국은 북-미 대화에 나서는 데 따른 정치적 부담을 일부 덜 수 있는 셈이다.
보즈워스 대표의 방북 문제는 정부 당국자의 지적처럼 이제 미국 정부의 ‘미묘한 정치적 판단’의 영역으로 넘어갔다. 지금 상황을 ‘제재 국면’으로 규정하고 있는 미국 정부가 대화 국면으로 넘어가는 결단을 내리려면 관련국 정부와의 조율이나 협상 내용 준비뿐만 아니라 미국 내의 여론 동향 등 복잡한 정무적 요소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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