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동유럽 MD’ 철회 이후] 동북아엔 어떤 영향?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동유럽 미사일방어(MD) 계획을 철회한 것이 동북아 정세에 끼칠 영향도 관심거리이다. 17일 미 국방부의 발표 내용에는 유럽의 미사일 방어 계획에 집중했을 뿐, 동북아 등 다른 지역의 방어 계획에 대해선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동유럽 미사일방어체제와 동북아 미사일방어체제를 둘러싼 논란에는 비슷한 맥락이 있다. 미국이 겉으론 이란과 북한의 위협을 들며 동유럽과 동북아에서 미사일방어체제 구축에 나섰지만, 실제는 러시아와 중국의 대륙간탄도탄(ICBM)을 겨냥한 것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러시아는 ‘동유럽에 미국이 엠디를 배치하면 동유럽으로 미사일을 쏘겠다’며 맞섰고, 중국은 ‘대중국 포위전략’이라고 반발했다.
2001년 3월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미국은 한국도 미국의 미사일방어에 참여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과거 정부는 미사일방어 계획 참가를 사실상 거부해 왔다. 이명박 정부도 현재 ‘우리 안보 상황과 한-미 동맹 관계 및 관련국들의 입장 등 제반 사항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적절히 대처하겠다’는 유보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한국이 미국의 미사일방어 계획에 공식 참여하는 순간 중국과의 전략적 관계는 깨지기 때문이다.
대신 우리 정부는 북한 미사일위협에 대비해 탄도탄 조기경보레이더, 공중 조기경보통제기, 패트리엇(PAC-2) 미사일, 이지스함의 에스엠(SM)6 미사일 도입을 추진해 왔다. 미국의 미사일방어와는 무관한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를 2012년까지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한국과 달리 일본은 미사일 방어 초기부터 적극 참여하여 미국과 공동 연구를 추진하고 있고,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빌미로 미사일방어 체계를 구축하려 했다. 하지만, 아시아 중시 외교를 표방하고 있는 일본 민주당 정권의 등장으로 일본도 변화가 예상된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동북아 미사일방어의 최대 구실이 ‘북한위협론’이었는데, 북-미 양자대화도 초읽기에 들어갔고 일본 정권도 바뀌었다”며 “이런 정세변화 속에서 동유럽 미사일방어 철회는 동북아 미사일방어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전망”이라고 말했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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