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포괄적 조처 입장 공유”
한 “미국이 유감 표명했다”
“외교적 봉합 불과” 지적도
한 “미국이 유감 표명했다”
“외교적 봉합 불과” 지적도
청와대와 미국 국무부는 23일(현지시각) 이명박 대통령의 북핵 ‘그랜드 바겐’(일괄타결) 언급으로 한-미 간 북핵 문제 해결에 이견을 보였다는 언론보도가 잇따르자, 급히 진화에 나섰다.
이언 켈리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의 포괄적 상응조처 입장이 이명박 대통령의 ‘그랜드 바겐’ 방안과 같은 것이냐”는 한국 취재진의 질문에 “북한이 비핵화 조처를 할 경우 포괄적인 방법으로 상응하는 조처를 취할 수 있다는 건 북핵 6자회담의 5자(한·미·중·일·러) 간 공유된 입장”이라고 밝혔다. 켈리 대변인은 북핵 해결 원칙과 관련한 ‘5자’ 간 공유된 인식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미국의 ‘포괄적 조처’와 한국의 ‘그랜드 바겐’의 차이점에 대한 직접적인 답변을 피했다. 또 켈리 대변인은 전날 이 대통령의 ‘그랜드 바겐’ 언급에 대해 ‘내가 논평할 일이 아니다’라며 코멘트를 거부한 것과 관련해 “다른 나라 지도자의 언급에 관례적으로 코멘트를 하지 않아 왔다”고 해명했다.
청와대도 발빠르게 움직였다. 청와대는 이날 ‘수정된’ 켈리 대변인의 발표 내용을 에이4(A4) 용지에 복사해 이 대통령의 방미에 동행한 기자들에게 즉각 배포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혼선이 빚어진 데 대해 미국 쪽에서 우리에게 유감의 뜻을 전해온 것으로 안다”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전날 오전부터 김성환 외교안보수석이 뉴욕에서 긴급 해명 브리핑을 열어 “한-미 간에 비밀리에 협의해 오느라 미국 내부에서도 정보 공유가 제대로 안 됐을 뿐, 한-미 이견은 없다”며 파문 차단에 나섰다.
하지만 한-미 양국 정부의 이런 긴급 진화는 ‘외교적 봉합’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많다. 한 외교 소식통은 “관련국 간 불신이 여전한 6자회담 구조에 비춰 현실적으론 ‘행동 대 행동’ 원칙에 따른 단계적 접근이 불가피하다”며 “각국의 정책기조가 달라 정세 진전에 따라 한-중, 한-미 간 이견이 불거질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리언 시걸 미국 사회과학원 동북아안보협력 국장도 “‘일괄타결안’은 실현 가능성이 없으며, 잘못된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한편, 제임스 스타인버그 국무부 부장관이 이끄는 미국 정부대표단이 25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한·중·일 등 아시아 5개국 순방에 나선다고 미 국무부가 밝혔다. 한국에는 29~30일 방문한다. 미국 대표단의 아시아 순방은 11월 중순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아펙·APEC) 회의 앞뒤로 예정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을 사전 협의하기 위한 것이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뉴욕/황준범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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