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산가족 상봉 일정을 모두 마친 남쪽 이산가족들이 27일 오전 금강산호텔에서 버스에 올라 남쪽으로 떠나기 직전 북쪽에 남은 가족들과 창문 너머로 손을 잡은 채 아쉬움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금강산/사진공동취재단
이산가족 상봉 1진 귀환…오늘 2진 432명 금강산으로
“오래 살라우.” “오래 살아서 꼭 다시 만나자.” 28일 금강산관광지구 금강산호텔 2층 연회장에서 오전 9시부터 진행된 ‘추석계기 이산가족 1진 상봉행사’의 작별상봉은 눈물로 얼룩졌다. 26일부터 시작된 꿈같은 사흘 동안의 짧은 만남, 그 끝은 기약없는 이별이었다. 남쪽의 노순호(50)씨는 작별의 시간이 다가오자 22년 전 동진27호를 탔다가 납북된 동생 성호(48)씨를 부둥켜안고 떨어질줄 몰랐다. 순호씨는 “남매가 떨어져 살아야 하는 게 가슴이 아프다”며 “이런 기회가 또 있는 것도 아닌데…”라며 울음을 쏟았다. 동생 성호씨는 “통일은 이제 멀지 않았다”고 달랬다. 같은 배에 탔던 선원 진영호(49)씨의 남쪽 누나 곡순(56)씨도 동생의 손을 잡고 “이렇게 너를 놓고 가니 어떡하냐, 어떻게 놓고 가느냐”며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김기성(82)씨는 1·4후퇴 때 북쪽에 두고 온 아들 정현(63)씨에게 “어렸을 때 내가 업어줬으니까 오늘은 나를 업어줘 봐”라며 이별을 아쉬워하는 아들을 위로했다. 한국전쟁에 함께 참전했던 ‘국군포로’ 형 이쾌석(79)씨와 남쪽의 동생 정호(76)씨는 “헤어지는 순간까지 울지 말자”고 몇번이고 다짐했지만 마지막 상봉이 끝나고 등을 돌리는 순간 끝내 서로 눈시울을 적셨다. 한 시간 남짓한 작별 상봉이 끝나고, 오전 9시50분께 ‘상봉을 곧 종료하겠습니다’라는 안내방송이 나오자 행사장 곳곳에선 흐느낌이 터져나왔다. 이어 남쪽 가족들이 탄 버스에 북쪽 가족들이 매달리자 버스는 쉽게 떠나지 못했다. 북쪽의 이흥선(77)씨는 남쪽 오빠인 이강영(81)씨에게 “오빠 잘 가요”라며 손수건을 쉼없이 흔들었다. 1진 상봉행사에 참여한 남쪽 97가족, 126명은 이날 오후 동해선 육로를 통해 귀환했다. 이산가족 2진 상봉 행사는 29일부터 10월1일까지 금강산에서 열리며, 북쪽 99명이 남쪽 가족 432명을 만날 예정이다. 2진 행사에 참석하는 남쪽 이산가족들은 28일 오후 2시 속초 한화콘도에 모여 방북을 준비했다.
금강산/공동취재단,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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