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바오 중국 총리(왼쪽 둘째)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함께 자신의 방북을 환영하는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맨 오른쪽은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왼쪽 끝은 김영일 북한 총리. 평양/AP 연합
“중국 기자들 모두 놀랐다”
4일 평양에 도착한 원자바오 중국 총리 일행에 대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공항 영접이라는 파격적인 예우를 보였다. 김 위원장이 외국의 국가원수가 아닌 2인자를 공항에서 맞이한 것은 처음이다. 김 위원장이 공항에 나가 영접한 국빈은 김대중 대통령(2000.6),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2000.7), 장쩌민 중국 국가주석(2001.9), 후진타오 국가주석(2005.10), 농득마인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2007.10)에 한정됐다.
중국 관영 <신민만보>의 인터넷판인 <신민망>은 애초 당연히 김영일 북한 총리가 원 총리 환영식을 주관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갑자기 군중의 환호 소리가 들려서 보니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나타났다며, 현장의 중국 기자들도 모두 놀랐다고 전했다. 중국과 홍콩 언론들의 현장 중계를 따르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비교적 건강한 모습으로 붉은 카펫 위를 걸어 비행기에서 내리는 원 총리 일행을 맞았다. 약 30분 동안 진행된 환영 행사 동안 김 위원장과 김영일 총리, 원 총리는 함께 3군 의장대를 사열했으며, 김정일 위원장은 원 총리가 차를 타고 떠나는 것을 본 뒤 자신의 차에 탑승한 뒤 떠났다.
원자바오 총리는 중국에도 널리 알려진 북한 영화 <꽃파는 처녀>의 여주인공에게서 꽃다발을 받았으며, 원 총리 일행이 공항에서 시내로 가는 동안 연도에는 수십만의 군중이 손에 꽃다발을 흔들고 “중국 대표단을 환영합니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관영 <환구시보>는 순안공항에서 평양 시내로 들어가는 도로 양쪽에는 ‘조중 양국 우호 만세’라는 표어가 곳곳에 걸렸다고 전했다. 공항에선 김 위원장과 김영일 총리 외에도 북한 당·군·정 고위 간부들과 류샤오밍 평양 주재 중국대사, 북한에 체류하는 중국인들과 중국 유학생들이 원 총리를 맞았다. 김정일 위원장은 건강악화설 이후 처음으로 외국 기자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으며 비교적 건강한 모습이었다고 중국 언론들은 전했다. <신민망>은 김 위원장이 차에서 내려 원 총리의 비행기가 내린 곳까지 5분 정도 주변의 고위 관리들과 얘기를 나누면서 걸었고, 매우 마른 모습이었지만 외부에 알려진 것보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해 보였다고 전했다. 원 총리는 5일 오전에는 평양에서 2시간 떨어진 곳에 있는 한국전쟁 당시 중국 지원군 전사 묘지에 참배하고 오후에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회담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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