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봉 신청 이산가족(생존) 연령별 현황
남·북, 후속 상봉행사도 합의 못해
2000년 8·15 이산가족 상봉은 남북 정상회담 합의의 첫 실천이었다. 이산가족 상봉은 남북관계 진전의 상징이자 척도였다. 그러나 이번은 다르다. 남과 북은 지난 1일 끝난 추석 계기 이산가족 상봉에 이은 후속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여는 데 합의하지 못했다. 이를 위한 적십자 회담이 곧 열릴 수 있을지도 안갯속이다.
후속 상봉 행사가 열린다 해도 지금 방식으로는 이미 한 번 만난 이들이 살아서 다시 가족을 만나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 8월 말 현재 대한적십자사에 이산가족 상봉 신청을 낸 대기자는 12만7547명이다. 이 가운데 4만1195명은 이미 숨졌고, 8만6000여명이 생존해 있다. 한 번 상봉 때마다 남쪽 상봉단 100명씩이 뽑힌다. 북쪽 상봉단의 남쪽 가족 400여명을 모두 더한다 해도 상봉 행사에 한 번 참여할 가능성은 수백 대 1에 불과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상봉 규모 확대와 방식의 다양화, 정례화가 무엇보다 시급하다. 하지만 2007년 10·4 남북정상선언을 계기로 같은 해 11월 이뤄졌던 남북 적십자 사이 합의는 물거품이 된 지 오래다. 당시 해마다 대면상봉 500명, 화상상봉 160가족, 영상편지 120가족 등에 합의했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남북관계 악화 속에 실현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2년 만에 겨우 열린 이산상봉을 이어가기 위한 남쪽 정부의 적극적이고 포괄적인 노력을 주문하고 있다. 이번 상봉 기간 북쪽 관계자들은 “북쪽의 호의로 이번 행사가 열린 만큼, 남쪽도 상응하는 호의를 보여 달라”고 말했다. 또 북쪽 주간지 <통일신보>는 3일치에서 “이번 흩어진 가족, 친척 상봉의 성과를 살려서 북남관계를 더욱 활기 있게 전진시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통일부는 북이 먼저 움직여야 하며, 대규모 대북 인도적 지원과 이산가족 상봉을 주고받기할 필요도 없다는 태도다. 홍양호 통일부 차관은 지난달 29일 “이산가족 상봉과 연계해 대규모 쌀·비료 지원을 할 계획은 없다”며 “과거에도 암묵적으로 비료를 준 것은 사실이지만 쌀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김연철 한겨레평화연구소장은 4일 “북쪽의 이산상봉에 상응해 남쪽이 비료 지원을 하는 식의 주고받기와 더불어 포괄적인 남북관계 정상화가 이뤄져야 한다”며 “특히 상봉 장소인 금강산 관광이 재개돼야 이산상봉도 지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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