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바오 환영하는 주민들 지난 4일 북한을 방문한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무개차를 타고 카퍼레이드를 벌이며, 길가에 환영 나온 평양 시민들에게 답례하고 있다. 평양/조선신보 연합뉴스
고위급 경제인사 동행 경제기술협정등 서명
북핵해법 자신한 듯…압록강 대교 신설키로
북핵해법 자신한 듯…압록강 대교 신설키로
원자바오 중국 총리의 4일 방북에는 북한 핵문제를 협의할 인사들뿐만 아니라, 경제 분야의 주요 인물들도 포함됐다. 양국은 경제 분야의 다양한 협정과 합의문, 의향서에도 서명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 1874호가 작동하고 있는 상황인 점에 비춰보면, 중국이 북핵 중재에 자신감을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번 중국 대표단의 고위급 경제 인사로는 장핑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과 천더밍 상무부장 등이 꼽힌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중국의 개혁·개방을 위한 중장기 경제발전을 수립하는 기구로, 중국 경제의 ‘머리’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중국의 국가발전개혁위원회와 비슷한 구실을 하는 북한 국가계획위원회의 로두철 위원장(부총리 겸임)이 4일 김영일 총리와 원 총리 간의 회담에 참석한 점에 비춰, 북한 경제 재건 방안과 관련해 양국 간 깊은 논의가 오갔을 것으로 보인다. 천더밍 상무부장은 북-중 간 다양한 교역 현안을 다룰 것으로 보인다.
중국 대표단과 북쪽이 4일 서명한 협정과 합의문의 종류를 보면, ‘경제원조에 관한 교환문서’ ‘경제기술협조협정’ ‘교육기관간 교류협조 합의서’ ‘소프트웨어 산업분야 교류·협조 양해문’ ‘중국 관광단체의 조선관광 실현에 관한 양해문’ 등 광범위한 경제 분야를 아우르고 있다. 북-중 간 경제원조와 정상적인 경제관계 활성화를 위한 제반 법적·제도적 조처를 포괄하고 있는 셈이다.
경제원조와 관련해, 이미 중국은 원 총리 방북 때 북한에 상당한 규모의 무상원조를 제공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바 있다. 이런 점에 비춰보면 ‘경제원조에 관한 교환문서’엔 식량이나 에너지 지원과 관련된 내용이 담겨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경제기술협조협정’은 중국과 북한이 대략 5년마다 한 번씩 체결하는 대규모 지원·투자 협정이다. 중국은 2005년 10월 후진타오 국가주석 방북 때 체결한 경제기술협조협정에선 5년간 북한에 20억달러 규모의 장기 원조와 투자를 한다는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경제기술협조협정엔 압록강대교 신설 방안이 포함돼 있다. 중국은 2007년 초 우다웨이 외교부 부부장의 방북 때 건설비 전액을 부담하겠다며 압록강대교 건설을 공식 제의한 바 있지만, 지금까지 북한으로부터 이렇다 할 답변을 받아내지 못했다. 중국이 압록강대교 건설에 적극성을 보이는 것은 북한의 개혁·개방에 대비해 북한 진출의 교두보를 미리 확보하겠다는 전략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전문가인 이희옥 성균관대 교수는 5일 “원 총리 수행단과 협정 문서들을 보면 중국이 전방위적으로 북한과 경제협력을 확대하려는 의지가 담겨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외교안보 분야의 전직 고위 당국자는 “공식적으로는 여전히 제재 국면인 상황에서 중국이 북핵 문제에 대한 북한 쪽의 진전된 태도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없다면 이처럼 다양한 경제적 조처를 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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