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지난 4일 방북한 원자바오 중국 총리와 함께 평양대극장에서 피바다가극단이 개작한 중국 가극 <홍루몽>을 관람했다. 사진은 김정일 위원장과 원자바오 총리가 함께 관람석으로 들어서며 서로 자리를 권하고 있는 모습이다. <조선중앙텔레비전> 촬영 연합
김위원장·원자바오 우호 과시
대표공연 관람 ‘문화외교’ 펼쳐
대표공연 관람 ‘문화외교’ 펼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양국이 대표적으로 내세우는 공연을 함께 보며 수교 60돌을 맞은 북-중 우호를 과시하는 ‘문화 외교’를 펼쳤다. 김정일 위원장이 북한을 찾은 외국의 고위 인사와 이틀 연속 공연을 함께 본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대내외적으로 친밀감을 과시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김 위원장은 원 총리를 평양 순안공항에서 영접한 4일 밤 중국의 가극 <홍루몽>을 원 총리와 감상했으며, 5일 밤에는 함께 북한의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아리랑>을 관람했다.
두 지도자가 평양대극장에서 관람한 <홍루몽>은 중국 고전으로, 북-중 우호를 상징하는 예술 작품이다. 북한은 1960년대 김일성 주석의 제안으로 중국의 4대 고전소설인 <홍루몽>을 가극으로 만들었으며, 2008년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이를 다시 손질하도록 지시했고, 북-중 수교 60돌과 ‘북-중 우호의 해’를 맞아 이번에 다시 무대에 올렸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연출자에게 의견을 내고 리허설을 여러 차례 참관하며 정성을 쏟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연이 끝난 뒤 원자바오 총리를 비롯해 중국 방문단은 큰 박수를 보냈다.
또한 김 위원장은 5일 밤 원자바오 총리와 나란히 앉아 <아리랑>을 관람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아리랑>은 공연 출연자들만 연인원 10만명에 이른다. 김 위원장은 <아리랑>을 ‘21세기를 대표하는 본보기 작품’이자 ‘선군시대를 상징하는 혁명적 대작’으로 규정한 바 있다. 2002년 4월 첫 공연 이후 지금까지 연인원 1000만여명이 관람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용은 공연 시기에 따라 다소 변화가 있지만, 고 김일성 주석의 항일 투쟁을 비롯해 평화와 통일, 강성대국을 열망하는 내용 등으로 구성돼 있다. 2005년 10월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2007년 10월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평양에서 <아리랑>을 관람한 바 있다.
원자바오 총리는 5일 북한을 위해 희생한 중국 병사들이 묻혀 있는 평안남도 회창군의 중국 인민지원군 열사묘를 찾아 북-중이 함께 싸웠던 과거를 되살렸다. 원 총리는 한국전쟁에 참전했다 숨진 뒤 북한 땅에 묻힌 마오쩌둥의 장남 마오안잉의 무덤에 묵렴한 뒤 “조국의 인민을 대표해서 왔습니다. 조국은 강해졌고, 인민은 행복해졌습니다. 편안히 잠드소서”라고 말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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