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개성서 적십자 실무접촉
16일 개성 남북경협협의사무소에서 열리는 남북 적십자 실무접촉이 이후 남북관계를 가늠해 볼 ‘풍향계’로 주목받고 있다. 14일 임진강 수해방지 실무회담을 통해 남북이 당국 간 대화에 장애요인이 돼온 북쪽의 ‘임진강 사고’ 사과 문제를 타결한 뒤 처음으로 열리는 남북 접촉이다.
관건은 이번 접촉에서 남과 북이 이산가족 상봉 및 인도적 대북 지원 문제 등과 관련해 서로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의 ‘주고받기’를 끌어낼 수 있느냐다. 이게 되면 남북관계는 개성공단 활성화, 금강산·개성관광 재개 등 당면 현안을 망라해 논의할 고위급 회담 개최까지 모색해 볼 수 있는 ‘기초 체력’을 다지게 된다.
남쪽은 이번 접촉에서 올 11월 서울·평양 교환 이산상봉, 내년 설 계기 이산상봉 행사 개최 등을 현실적인 목표치로 설정해 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금강산 면회소를 활용한 상시 상봉 시스템 구축 필요성도 제기할 방침이다.
정부 당국자들은 최근 적극적인 북쪽의 대남 유화 자세와 임진강 실무회담에서 나타난 태도 등에 비춰 이번에도 추가 상봉 등 성과를 거둘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는 표정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선 남 쪽 역시 북쪽이 제기할 요구안에 긍정적 신호를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북쪽은 지난 추석 계기 이산상봉 행사에서 ‘남쪽의 상응하는 호의’를 언급한 바 있다. 북쪽이 이번에도 ‘호의’ 같은 모호한 어법으로 남쪽의 ‘자진 납세’를 요구할지, 쌀·비료 등 구체적 명세서를 들고 나올지는 불투명하다. 이에 대한 남쪽의 대응과 관련해,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15일 “현재 제기되지 않은 문제이기 때문에 이야기하지 적절치 않다”며 “내일 (접촉에서) 여러 상황에 관한 논의가 있을 텐데 그 점을 두고 봐야 할 듯하다”고 말했다. 현 장관은 남북 고위급 회담에 대해서도 “아직은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접촉 상황 등을 지켜본 뒤 본격 검토에 나설 뜻임을 비쳤다.
북쪽이 최근 동해로 탈북한 북쪽 주민 11명의 송환을 요구하며 공세를 펼 가능성도 거론된다. 북쪽 해군사령부는 15일 ‘남쪽 해군 함정이 북쪽 영해를 지속적으로 침범하고 있다’며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쪽이 원활한 이산상봉 행사 진행을 명분삼아 금강산 관광 재개를 우회적으로 제기할 수도 있다. 남북 사이 견해 차로 적십자 접촉이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당분간 남북관계 개선의 모멘텀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일부이긴 하지만 북쪽이 남북관계 복원을 위한 포괄적 해법이 필요하다며 전격적으로 고위급 회담을 열자고 먼저 제안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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