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북핵 검증 가능한 조처없다면 제재 완화 안할 것”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나서는 본격적인 북-미 양자회담을 앞두고, 북한과 미국이 다음주 비공식 실무접촉을 벌인다. 이번 실무접촉 성과에 따라 향후 북-미 회담의 풍향을 가늠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대화 국면으로 전환하는 첫번째 분기점이다.
실무접촉 대표로 북한에선 26~2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열리는 ‘동북아시아 협력대화’(NEACD) 참석을 계기로 리근 외무성 미국국장이 나선다. 미국에선 성 김 ‘6자회담 특사’가 같은 포럼에 참석한다고 외교소식통이 21일 전했다. 동북아협력대화는 미 캘리포니아대가 주최하는 ‘1.5트랙’(반관반민) 다자 포럼이다. 리 국장은 30일 뉴욕으로 건너가 코리아소사이어티와 전미외교정책협의회가 공동주최하는 토론회에도 참석한다. 성 김 특사도 리 국장과 함께 뉴욕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양쪽은 이번 실무접촉을 통해 현재 이견을 보이고 있는 북-미 회담의 장소와 수석대표의 수준, 시기 등을 놓고 깊이 있는 논의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보즈워스 특별대표를 초청하는 형식으로 평양에서의 회담을 희망하고 있다. 반면에 미국은 양쪽의 체면과 통신 사정을 고려해 중국 베이징이나 동남아시아 등 제3국에서의 회동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보즈워스 특별대표의 협상 상대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신임이 두터운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이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외교소식통은 말했다. 북한은 ‘서운하지 않게 할 것’이라는 모호한 답변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미국은 실무접촉에서 북한의 6자회담 복귀와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확약받고 싶어하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21일 워싱턴에서 미국 평화연구소 주최로 열린 ‘미국의 비확산 정책’ 세미나에서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향한 검증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는 조치가 취해질 때까지 대북제재를 완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실무접촉을 앞두고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은 19일(현지시각) 방영된 <폭스뉴스>의 ‘온 더 레코드’ 프로그램과의 짧은 인터뷰에서 “앞으로 성공적 ‘조미(북미) 회담’이 진행될 때까지 우리가 적극적 협력을 해 나갈 것”이라고 분위기를 띄웠다.
그러나 실무접촉 결과를 예단하기는 어렵다. 정부 당국자는 “상황이 녹록치는 않다”며 “이번 접촉 성과가 좋으면 다음달 중순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이전에 북-미 회담이 성사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다음달 말로 늦춰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용인 기자,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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