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환 외교통상부장관이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의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재건팀 경계병 필요” 앞세워 여론 떠보기
정부, 특전사·해병대 등 파견도 내부 검토
새달 오바마 방한 앞두고 ‘성의 표시’ 나선듯
정부, 특전사·해병대 등 파견도 내부 검토
새달 오바마 방한 앞두고 ‘성의 표시’ 나선듯
유명환 장관 국회발언 파장
“아프가니스탄에 경찰이나 병력을 파견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의 26일 발언은 재파병을 위한 여론 떠보기 성격이 짙어 보인다. 특히 ‘병력 파견’ 부분은 아프간에서 인질 사태로 철수했던 군 병력을 다시 보낼 수도 있다는 뜻이다. 정부가 재파병을 위해 ‘바람잡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일으키는 대목이다.
그동안 정부 안에서 비공식적으로 아프간 재파병 필요성을 거론해온 사람들은 적지 않았지만, 비판적인 여론을 우려해 공개 언급은 피해왔다. 그러나 유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작심한 듯 말을 꺼냈다.
유 장관의 발언 속엔 재파병 필요성을 주장해 온 일부 정부 관계자들의 시각과 논리가 그대로 담겨 있다. 아프간 재건 활동에 기여하려면 지방재건팀(PRT)의 대폭 확대가 불가피하고, 증원된 요원을 경호하기 위해선 경계병 파견이 필요하다는 게 재파병을 주장하는 쪽의 논리다. 실제로 유 장관은 이날 지방재건팀 요원을 최소한 130명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물론 유 장관은 ‘경찰이나 병력 파견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겠다’며, 경찰과 군 병력 파견 가운데 선택지를 남겨놓는 모양새를 취했다. 하지만 경계요원을 파견한다면 경찰보다는 군 병력 파견이 더 유력하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정부 당국자들조차도 경찰의 장비와 상황 대처 능력으로는 근접 경호만 가능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경찰 요원으로는 준전시 상태의 아프간에서 군사적 공격에 대응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경계병을 파견할 경우 특전사나 해병대 등 정예부대를 보내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 장관이 재파병을 위한 분위기 띄우기에 나선 것은 미국 정부의 요구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그동안 정부는 아프간 지원 문제와 관련해 “한국 정부의 독자적 판단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미국 정부도 공식적으로는 한국 정부가 알아서 할 일이라는 태도를 보여왔다.
그러나 미국이 아프간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포함해, 내심 재파병까지 원하고 있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에 속한다.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 참석차 방한했던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지난 21일 한미연합사 장병들에게 한 연설에서 “한국의 국제적 군사 기여는 한국의 안보와 핵심적인 국익에 도움되는 것으로 인식돼야 한다”며 한국의 재파병을 에둘러 요청했다. 다음달 중순에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방한이 예정돼 있어 한국 정부로선 ‘성의’ 표시를 해야 하는 처지다.
그럼에도 2007년 여름 아프간에 선교 목적의 단기 자원봉사 활동을 갔던 한국인 2명의 목숨을 앗아간 ‘탈레반 인질 사건’을 기억하고 있는 국민들에게 아프간 재파병을 설득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전투병이 아니더라도 경계병 파견이 결국 대규모 파병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여전하다. 아편 이외에는 특별한 자원이 없는 아프간에 파병하는 것은 경제적인 실익도 없다. 정부가 “글로벌 코리아로 가기 위해 테러와의 전쟁에 참여하는 것이 하나의 의무”라며 추상적 명분을 앞세울 수밖에 없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