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당기려는 북 “폐연료봉 재처리” 압박
미, 오바마 아시아 순방 전 결론 내릴 듯
미, 오바마 아시아 순방 전 결론 내릴 듯
리근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과 성 김 미국 ‘6자회담 특사’의 지난달 말 뉴욕 접촉 결과를 두고 엇갈린 신호와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나서는 본격적인 북-미 대화를 앞두고 북-미 간 막판 물밑 신경전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비공식 접촉에 대해 양쪽은 “유익한 대화를 나눴다”(리근 국장, 30일 뉴욕) “매우 유용한 논의를 했다”(이언 켈리 미 국무부 대변인, 2일 정례브리핑)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북한은 2일 외무성 대변인과 <조선중앙통신>의 문답 형식으로 “미국이 아직 우리와 마주앉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우리도 그만큼 제 갈 길을 가면 될 것”이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이어 3일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통해 사용후 연료봉 8000개의 재처리를 지난 8월 말 끝냈다며 대미 압박 강도를 한층 더 높였다. 이런 와중에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3일 북한이 다자회담에 복귀하기 전에 두 차례의 북-미 공식회담을 하기로 합의했다며, 조용한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처럼 북-미 비공식 접촉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지만 몇가지 흐름은 추릴 수 있다.
첫째, 북-미 간 공식대화를 앞두고 사전 조율이 완전히 끝나지는 않았지만 진전은 있었다는 점이다. <포린폴리시> 등의 보도처럼 보즈워스 특별 대표와 강석주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의 만남은 사실상 합의에 이른 것으로 관측된다. 북-미가 두차례의 공식회담을 하기로 합의했다는 부분도 그럴 듯하다. 북-미 양자회담은 한 차례만으론 합의에 이르기 어렵고, 마냥 지속하기엔 미국의 부담이 크다. 6자회담 당사국들을 무시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북-미 공식 회담의 시기를 두곤, 미국 쪽이 성과에 대한 확신이 선 다음 회담에 나서고 싶어하는 반면에 북쪽은 회담 시기를 되도록 앞당기고 싶어했던 것으로 보인다. 미국 쪽이 공식 회담 이전에 북한의 ‘성의있는’ 비핵화 조처를 요구했고, 북쪽은 난색을 표시했을 수 있다.
셋째, 북한이 보즈워스 특별대표를 초청한 뒤 시간이 꽤 지났기 때문에 미국이 결심을 해야 하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점이다. 오바마 미 대통령이 한국 등 아시아 순방에 나서는 11일 이전에 정리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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