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서해교전 이후]
“공동어로구역 등 평화정착 제도화 필요” 지적
“공동어로구역 등 평화정착 제도화 필요” 지적
서해에 다시 화약 연기가 피어올랐다. 남쪽이 압도적 화력을 과시하며 북방한계선(NLL)을 방어해 냈지만, 긴장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내년 11월 서울에서 열릴 주요·신흥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자칫 서해상의 군사충돌로 얼룩지게 될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10일 벌어진 ‘3차 서해교전’ 1주년을 맞아 북쪽이 ‘설욕전’을 노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철통같은 군사 대비 태세를 갖추는 한편으로, 이명박 정부 들어 중단된 서해 긴장완화 방안 마련에도 새롭게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해 평화정착을 위한 제도적 노력은 2007년 10·4 남북 정상선언에서 정점을 이뤘다. 당시 남북 정상은 “서해에서의 우발적 충돌방지를 위해 공동어로수역을 지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해주직항로와 해주공단 개설 등 공동협력을 통해 서해를 분쟁지대가 아닌 평화협력지대로 만든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어 열린 국방장관회담과 장성급회담에선 북방한계선 수역을 둘러싼 견해차를 넘지 못해 공동어로수역과 평화수역 설정에 실패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 10·4정상선언의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추진을 위한 후속 노력이 전면 중단됐다.
서해 우발충돌 방지를 위해 가동됐던 실무적 장치들도 이명박 정부에서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남북은 2004년 6월 장성급회담을 통해 상대 경비함정과의 무선통신망 개설과 불법조업 선박 정보교환 등을 위한 서해지구 군사직통전화 3회선 개설에 합의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들어 남북관계가 경색되며 무선망 교신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서해 우발충돌 방지를 위한 군사직통전화 3회선도 북쪽이 지난해 5월 통신선로 불량을 이유로 끊은 뒤 복원되지 않고 있다. 남쪽은 지난달 통신선로 개량을 위한 자재·장비 제공을 재개했지만, 앞으로 서해 우발충돌 방지 목적의 3회선이 다시 가동될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일단 상황 관리를 위해 조심스런 태도다. 김은혜 청와대 대변인은 11일 ‘3차 서해교전’과 관련해 “국민들이 불안해 하지 않도록 만반의 안보태세를 갖춰나갈 것”이라며 “그러나 이번 사태로 남북관계가 악화되길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정부 핵심 당국자는 “북방한계선 고수가 원칙이며, 따라서 공동어로구역 등을 다시 북쪽과 협의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 국책연구기관의 전문가는 “군사적 충돌 자체가 한반도에 대한 국제사회의 불안감을 자극한다”며 “이를 막으려면 군사적 대비뿐만 아니라, 평화정착을 위한 제도 마련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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