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서해교전 하루 뒤인 11일 낮 해군 인천해역방어사령부 부두에 정박한 경비정에 승선한 해군 장병들이 배 위에서 대기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해군 2함대사령부는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역에 1800t급 초계함 2척을 증강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AP 연합뉴스
[3차 서해교전 이후]
여당 의원들 “왜 격침 안시켰나” 국방장관 추궁
전문가 “국지도발에 강력대응 요구는 상식 밖”
여당 의원들 “왜 격침 안시켰나” 국방장관 추궁
전문가 “국지도발에 강력대응 요구는 상식 밖”
지난 10일 서해 대청도 근처 남북 해군의 교전이 남쪽의 피해없이 2분 만에 끝나자, 보수단체들은 단호한 응징만이 북한의 도발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1999년과 2002년 두 차례 연평해전 때 ‘좌파정권’이 확전 방지를 내세워 해군의 손발을 묶어 남쪽이 대규모 인명 피해를 감수해야 했다고 비난해왔다. 이와 달리 이번엔 2004년 개정된 교전규칙에 따라 즉각적이고 단호하게 대응해 ‘승리’할 수 있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지난 10일 교전 뒤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일부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은 “왜 퇴각하는 북한 경비정을 격침시키지 않았느냐”고 김태영 국방부 장관을 추궁하며 “현장에서 지키기 쉽지 않은 교전규칙에 따라 경고통신, 경고사격을 할 필요가 있느냐”는 주장을 폈다.
하지만 이는 교전규칙의 근본 취지에 대한 무지 또는 오해가 낳은 주장이라고 할 수 있다. 교전규칙은 ‘교전’ 이 아니라 우발적인 교전 상황이 전면전이나 국지전으로 확전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단계적 대응을 규정하려는 데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교전규칙은 군대가 적군과 마주쳤을 때 교전을 개시하고, 계속해야 할 상황과 그 한계를 설정한 훈령을 말한다. 교전규칙은 전쟁억제라는 목적 달성을 위해 우리 쪽의 무력 사용을 엄격히 규제하게 된다. 군 내부 교육자료를 보면, 교전규칙을 ‘특별제한, 한계 및 금지사항을 포함하는 군 지휘관의 지시’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교육자료는 적대세력의 국지도발에 대한 응징은 자위권 행사 범위 안에서 이뤄져야 하며, 무력사용은 최후의 수단으로 최소한으로 한정돼야 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전직 군 고위관계자는 11일 “적이 도발하면 즉시 맞대응해 몇배로 보복응징하는 게 국민 감정상 시원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 군의 무력 사용은 매우 복잡한 규정과 절차에 따라 제한적으로 작동된다”며 “교전규칙은 적의 무력도발 때 군의 대응에 근거가 되고 군사작전의 기본 지침서 구실을 하므로 단호한 대응을 이유로 현장 지휘관에게 재량권을 대폭 위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현장지휘관에 대한 권한 위임도 필요하지만 확전을 막으려면 지휘통제 체제를 적극 가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참여정부 때인 2004년 교전규칙을 5단계에서 3단계로 줄이면서도 ‘현장 대응’을 못하도록 제한을 가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들어 ‘현장 재량권’이 대폭 강화됐다.
교전규칙은 크게 전시 교전규칙과 평시 교전규칙으로 나뉜다. 우리 군은 한반도가 정전 상태이므로 평시에는 한-미연합사(유엔사)에서 제정한 ‘정전시 교전규칙’을 따르고 있다. 군 관계자는 “정전시 교전규칙은 확전 방지란 원칙을 갖고 있다”며 “정치적, 이념적 이해관계 때문에 북한이 국지 도발했다고 해서 무조건 강력한 대응을 요구하는 것은 상식 밖의 주장”이라고 말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남북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역에서 7년 만에 교전한 다음날인 11일 오전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들녘에서 북한 주민들이 가을걷이에 한창이다. 함경북도 지역에 ‘80년 만의 흉작’이라는 소문이 나도는 등 북쪽의 올해 가뭄 피해가 심각하다고 대북 인권단체인 좋은벗들이 전했다. 강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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